산업 산업일반

10년전 '벤처 광풍' 되풀이 말아야

[창업의 '미다스손' 엔젤 벤처중흥 이끈다] <상> 벤처코리아의 첨병<br>대박꿈 좇아 '묻지마 투자' 나섰다 줄줄이 쪽박


얼마 전까지 국내 엔젤투자시장은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 벤처버블 붕괴가 남긴 후유증과 함께 엔젤 투자자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말 국내 벤처업계는 최고의 인재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가능성에 따라 쉽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열기는 머지않아 과열양상으로 치달았다. 1999~2000년 당시 리타워텍ㆍ한국디지탈라인ㆍ새롬기술ㆍ골드뱅크 등 벤처기업의 최저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은 각각 2만123.46%, 9,349.54%, 6,669.23%, 3236.90%에 달했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30만원대에 거래되며 기록적인 수익률을 내자 투자자들은 '대박의 꿈'에 젖어들었다. 벤처기업 지분을 얻기 위해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회사 이름에 인터넷ㆍ테크만 있어도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씩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몰렸다"며 "방문판매직원인 것처럼 회사로 찾아와 그 자리에서 돈을 건네고 가는 투자자들도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파국이 왔다. 벤처기업을 향한 비이성적 열기가 사그라지며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 2000년 3월10일 장중 2,925.50포인트(당시 292.5)로 정점을 찍었던 코스닥지수는 2004년 8월4일 324.71포인트까지 고꾸라졌다.


기업들의 부도ㆍ청산도 속출했다. 벤처확인ㆍ공시시스템인 벤처인에 따르면 벤처기업 수는 지난 2001년 1만1,392개로 정점을 찍었지만 2002년 8,778개, 2003년 7,702개로 2년 만에 32%나 급감했다. 당시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던 종목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관련 주식 및 금융비리가 줄줄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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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광풍(狂風)을 지나며 자본시장정책은 기업들의 자본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쪽보다 투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방향을 선회했다. 투자자들도 사기꾼 이미지가 덧씌워진 벤처기업을 외면했다.

전문가들은 다시 찾아온 창업 및 엔젤투자 열기를 한국경제의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12년 전의 시행착오를 곱씹어 투자자들이 성숙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순 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벤처 투자에 대해 과잉 기대하는 측면이 컸는데 이제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구조와 실패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인지할 만큼 충분한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바람직한 엔젤투자의 형태는 초기 종잣돈을 제공하면서 지식ㆍ경험 등을 기업에 나누며 발전을 돕는 것"이라며 "과거 엔젤 투자자들이 돈만 투자하고 '나 몰라라'했다면 이제 무형자산을 제공하면서 기업들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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