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줄파산' 선의의 피해 최소화를

■ '다중채무자 구제' 시행 진통원금 일부면제등 당국-개별금융사 입장차 다중채무자들에 대한 구제안은 소액대출정보가 하반기부터 집중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채무자들에 대한 구제는 불가피하게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데다 금융당국과 개별 금융회사간 입장도 달라 구체적인 시행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다중채무자 구제안 왜 나왔나 오는 7월부터 모든 금융회사들의 대출정보가 집중됨에 따라 개인들의 '줄파산'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1,000만원 이상 대출정보만 집중됐기 때문에 1,000만원 미만에서는 아무리 금융회사의 돈을 써봤자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들의 정보망을 피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환(貸換)대출(대출해 줘 빚을 갚도록 하는 것)이나 카드 돌려 막기, 만기연장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포함해 1,000만원 미만의 모든 대출정보가 금융회사간 공유될 경우 개별 금융사들의 대출심사가 엄격해지고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다 쓰고 있는 다중채무자들에 대해서는 신규차입이나 만기연장 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빚을 통해 간신히 빚을 막아온 사람들은 물론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채무자들이 줄줄이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 다중채무자 구제방안이다. 물론 공유되는 대출정보는 신규대출과 만기연장분에 제한된다고 하지만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위기의식에 따라 소액대출정보의 집중은 당초 계획대로 7월부터 하되 각 금융회사에 제공되는 대출정보는 단계별로 확대하기로 했다. 9월부터 올해 말까지 금융회사별 잔액 500만원 이상의 대출정보가 공유되고 내년부터는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대출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 구제안 마련 '산 넘어 산' 다중채무자 구제안 마련이 어려운 것은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와 동시에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서로 모순되는 요구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실 금감원이 고민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기본입장은 다중채무자 구제안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식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채무자들에 대한 구제안이 단순히 현재 대부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환대출이나 분할상환 방식만을 갖고는 한계가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가장 적게 보고 빚을 갚도록 하는 이러한 방식은 시한부 인생의 목숨이 단지 연장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원금변제(부채탕감) 등 보다 적극적인 방안도 검토해볼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개별 금융회사들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이자뿐 아니라 원금 가운데 일부도 면제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금융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너무 큰데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개인사업자들의 포함 여부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국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 개인사업자들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회사들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자산보유 현황을 파악하기 힘든 개인사업자들을 포함시킬 경우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들의 금융채무 규모가 일반 개인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태스크포스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당초 이달 말까지 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시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거친 후 8~9월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시행시기를 점칠 수 없다"고 말했다. ▶ 도덕적 해이 최소화하는 방안 찾아야 '소액대출정보 집중'이라는 갑작스런 제도로 나타나는 그야말로 '선의의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해 파산에 이르는 것 또한 시장의 원칙"이라며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대상을 엄격하게 선정하는 기준의 마련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채무자를 구제한다는 것은 금융회사들에는 어쩔 수 없이 잠재 부실자산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대상 선정작업으로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선행된다면 이후 문제는 부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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