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에서 보기와는 달리 높다란 은색 천막안은 중간 규모 극장 이상의 규모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위에는 네개의 꼭지점으로 사각형 모양의 조명탑이 세워져 있다. 천장에는 각종 형태의 줄전구들이 있어 색채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무대 위에는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각종 형태의 집기들이 과장되게 제작돼 있는 모습이 오래된 집이나 뒷골목을 연상시킨다. 무대 바로 코 앞까지 바짝 붙여놓은 객석들은 마치 자신도 함께 무대에 선 느낌을 준다. 각양각색의 고양이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다양한 얼굴은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만나는 고양이와 다를바 없다. 웃는 모습도 화내는 모습도 고양이와 비슷하다. 고양이 왕국에 우리가 이방인으로 초대된 느낌이다. 배우와 마주치면서 100여분의 공연을 지켜보다 보니 저녁공연의 졸음도 사라진다.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 경희대 캠퍼스를 시작으로 지방순회공연(부산, 광주, 대구등 11월2일까지 이어진다)에 들어간 `캐츠`(제작 RUG, 설앤컴퍼니, CJ엔터테인먼트)가 올려진 최신식 텐트극장`빅 탑(Big Top)`의 설명이다. 설앤컴퍼니가 `캐츠`의 순회공연을 위해 호주의 RUC(The Really Useful Company)에서 대여한 것으로 지름 48m의 원형극장으로 1,800석 규모다.
RUC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설립해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캐츠`등의 판권을 소유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RUG(The Really Useful Group)의 자회사. RUC는 호주, 아시아, 남아프리카 등의 공연을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텐트공연은 10일까지 분당공연에 이어 일산에서 공연을 갖게되는 에이콤 제작의 `둘리`도 있다. 이 무대는 중앙이 회전무대를 제작 지구와 우주의 공간감을 살리고 `캐츠`와 같이 배우가 공중에서 낙하하지는 않지만 우주선이 날으는 모습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은 어린이들의 환호성을 사기에 충분하다.
설앤컴퍼니가 들여온 `캐츠`의 `빅탑`은 공연이 끝난 후 돌아가지만, 에이콤의 텐트극장은 기술만 뉴질랜드의 `Bay Tex`로부터 전수받고 모두가 국내서 제작했다. 에이콤은 소규모 공연 담당자들로부터 텐트극장의 대관 문의가 많다는 설명이다. 무대에 개나 말 같은 동물을 올리고 싶어도 실내 극장에서는 절대 허락해 주지 않는다. 이틀이면 설치할 수 있고 타원형 무대라 관객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텐트극장이 야외공연에 안성맞춤으로 앞으로 공연형태가 변화될 전망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