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만 해도 「부의 상징」…/가입자 450만명 넘어… PCS가세로 증가세 가속국내에 휴대폰이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88년. 영국 제품이 주로 수입됐고 가격은 단말기만 무려 3백50만원이었다. 웬만한 승용차 값이었다. 여기에다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최소한 65만원을 설비비 명목으로 내야 했다 당시 휴대폰은 신분과 부를 상징하기에 충분했고, 간혹 걸어다니면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그로부터 10년이 채 못된 97년 8월. 휴대폰 가격은 일부 모델이긴 하지만 공짜로 바뀌었다.
최근 한 오디오업체는 50만원 상당의 제품을 구입하면 휴대폰을 무료로 주겠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가보로까지 여겨지던 휴대폰이 불과 10년만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구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물건이 돼 버린 것이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오히려 눈총을 받을 지경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4백50만명 이상이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국민 10명 중 1명꼴이다. 여기에다 지난 3월 20일부터 시작된 시티폰(발신전용 휴대전화) 가입자가 40만명에 달하고 연말께 PCS(개인휴대전화)가 가세할 예정이어서 이동전화는 이제 생활 필수품이 됐다.
휴대폰의 대중화는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꿈의 통신시대를 여는 서막에 불과하다.
휴대폰의 등장은 개인의 생활 양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물론, 산업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올해 약 1천9백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오는 2001년까지 추가로 6천7백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PCS, 시티폰을 합하면 규모는 2001년까지 1조원을 휠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10월께 PCS의 상용화를 앞두고 벌써부터 휴대폰은 심한 가격파괴를 겪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처럼 멀지않아 공짜 휴대폰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될 정도다.
선진국의 통신업체들은 이미 단말기 판매에 따른 이익보다는 통신요금을 위해 보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휴대폰 수탁대리점 사장은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때문인지 요즘 들어 휴대폰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현재 가격파괴 추이로 볼 때 공짜 단말기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직 SK텔레콤·신세기통신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겉으로는 부정하고 있다.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단말기 값이 공짜로 주기엔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공짜 단말기 시대에 대한 대비책과 그에 따른 영업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에서도 공짜의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현재 용산전자상가에서 판매되는 맥슨 휴대폰(MAX1000K)의 가격은 단말기·보증금·가입비를 모두 합쳐 27만원. 보증금이 20만원이고 가입비가 7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말기는 거저인 셈이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의무 사용을 전제로 보증금을 2만원으로 깎아주는 「보증보험가입제」가 도입돼 맥슨 휴대폰의 경우 9만원만 손에 쥐면 된다.
불과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단말기을 제외하고 보증금과 가입비만 합친 금액이 70만1천원에 달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엄청난 가격파괴다.
앞으로 이동통신업체간에 경쟁이 치열해져 급격한 가격파괴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보증금을 보증보험제로 전환, 실시함에 따라 PCS업체들도 단말기 가격인하, 가입비 면제혜택 확대,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가입비용을 줄이고 있다.
일선 대리점들은 통신사업자간 경쟁이 휴대폰 시티폰 PCS 등의 3파전이 되면서 앞다투어 가입자에 대해 단말기 가격 부담을 가장 적게 지우려는 전략을 택할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에 보다 좋은 조건으로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원하는 이동통신 수단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백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