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명 560억원 평가손
구한국생명시절 기아차주식 집중매입으로 인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95년 현대ㆍ삼성그룹이 기아차 인수와 관련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당시 구 한국생명(현대생명)이 기아차 주식을 대량 매집한 사실을 밝혀내고 현대그룹이 의도적으로 계열사를 동원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생명이 구 한국생명 당시 기아차주식을 매집, 현재까지 500억원대의 평가손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구 한국생명의 기아차주식 매집이 단순투자용이 아니라 현대그룹의 지시에 따라 삼성측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고 당시 경영진들의 책임여부를 조사중이다. 그러나 현대생명측은 이에 대해 "자산운용차원의 투자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현대생명에 대한 자산ㆍ부채 실사 및 부실책임 규명을 위한 특검을 실시중이며, 구 한국생명 시절 기아차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해 거액의 평가손을 입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국생명은 사실상 현대그룹의 계열사여서 기아차 인수전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생명 전신인 한국생명은 기아차를 놓고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인수전을 벌이던 지난 95년과 96년 기아차 주식을 12,000원~17,000원대에 집중 매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기아차 부도이후 감자와 주가 하락으로 현대생명은 최근 이 주식으로만 560억원 안팎의 평가손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달 24일 금감위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현대생명은 14일 2,514억원의 자본확충계획안을 금감위에 제출할 방침이다.
박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