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볼만한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

지난 2000년 전국 120만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들에게 순수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영화 `동감`의 김정권감독과 특유의 웃음 코드를 인정받는 작가 장진 콤비가 다시 뭉쳐 만든 `화성으로 간 사나이`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그린 영화다. 한철 강풍처럼 불어닥쳤다 사라지는 짝사랑이 아니라 평생을 바쳐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세상에 없을 법한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다. 영화는 카메라가 깊은 물속에 가라 앉은 사진첩이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가재도구들과 뼈대만 있는 집터들을 훑어간다. 수몰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영화 배경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망원경으로 하늘의 별을 보기 좋아했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화성에 가서 편지할게”라는 말을 굳게 믿는 소희는 “네 아버지는 죽었다”는 친구들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그곳으로 편지를 보낸다. 한편 소년 승재는 소희를 좋아하는 마음에 자신이 아버지인 양 `화성으로부터 온 편지`를 써내려간다. `승재는 착한, 괜잖은 아이니까 그 오빠랑 친하게 지내라`는 등의 내용을 시시콜콜하게 적는다. 세월이 흘러 승재(신하균)는 마을의 우체부가 되어있고, 서울 고모집으로 떠났던 소희(김희선)는 17년만에 할머니만 있는 고향집을 찾는다. 어릴적 사랑을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승재의 심장은 소희의 등장과 함께 고동친다. 고모집에서의 불편한 일상을 피해 고향으로 잠시 내려온 소희는 승재의 변함없는 다정함에 위로를 받고 애틋한 하룻밤의 기억을 간직한다. 그러나 시골 우체부와 서울 대기업 여직원의 사랑은 이뤄지기 힘들다. 소희는 입사후 얼마되지 않아 번듯한 외모의 MBA 출신 사업가의 종이반지에 마음을 뺏기고, 애틋한 하룻밤을 보내면서 소희에 대한 사랑의 확신을 받은 승재는 회사 근처에서 밤새 소희를 기다리지만 그에게 날아온 말은 “어릴적 추억은 추억으로만 간직하자”는 비수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삶의 터전이면서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인 마을이 수장되고 평생을 바라보았던 사랑이 돌아올 곳이 없어진다. 그는 화성으로 간다. 고운 멜로드라마 정도로 느껴지는 이 작품은 신하균과 김희선이 콤비를 이뤄 그들의 얼굴 이미지답게 곱게 작품을 끌고 가지만 작품에 깊게 몰입되지 않는다. 감정선이 없기 때문이다. 장진의 시나리오는 느슨해 보이고 감독의 연출도 치밀한 맛이 없다. 그저 상황이 밋밋하게 흘러갈 뿐이다. 16일 개봉.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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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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