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돈 흐름 선순환 하려면

강형문 <한국금융연수원 원장>

최근 들어 은행대출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채권투자 과열과 함께 투신권으로 집중되던 시중자금이 은행권으로 이동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은행권의 여ㆍ수신 확대는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을 되살려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금 흐름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다지 낙관할 상황만은 아닌 듯하다. 기업대출은 대부분 우량기업에 대한 운전자금 대출로 공급되고 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금리인상 失機 않도록준비 따라서 투자 및 소비회복에 기여할 만한 자금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금리, 투자자금 수요 부진 등으로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우려되는 현상은 은행간 주택담보대출 확보 경쟁이 부동산투자를 위한 가계대출 수요와 맞아떨어져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다. 그 자금이 아파트ㆍ토지시장 등으로 유입돼 부동산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마디로 최근의 자금흐름은 ‘저금리→신용공급 확대→투자활성화→생산 및 고용 증대→소비 확대’의 선순환 구조라기보다는 ‘저금리→주택자금대출 증가→부동산투자 증가→부동산가격 급등→투기 억제’의 악순환 구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자금흐름의 왜곡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첫째,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금 수요가 적어 시중에 여유 유동성이 많아진 점이다. 풍부해진 유동성이 중장기 설비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여ㆍ수신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쏠림 현상이 지난해에는 채권시장 과열로 나타났고 올해는 부동산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 외에 자금을 마땅히 투자할 대상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돈은 수익률이 높은 곳을 쫓아가기 마련인데 은행 예금의 실질금리는 제로 수준에 근접해 있다. 또한 연초 채권투자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채권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주식투자자금이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늘어나고는 있으나 외환위기 이후 주식투자심리 위축,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그 규모는 크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에 담보만 제공하면 손쉽게 빌릴 수 있는 대출 자금이나 단기화된 대기성 자금 등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계의 금융거래 행태가 장기적립식저축을 통한 목돈 마련 방식보다는 거액의 주택자금대출 수혜 후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행태로 바뀌고 있다. 셋째,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은행의 자금운용이 우량기업 및 담보 위주의 대출, 국공채 투자 등에 치중된 결과 유망 중소기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자금 중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같이 왜곡된 자금흐름을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시중에 많이 풀려 있는 유동성을 적절히 수속해나가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잘 포착해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한 타이밍에 실기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 강화 등 미시적인 정책수단도 병행, 자금흐름의 불균형을 시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시장친화적인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행정 규제, 세제위주의 부동산대책이 주택매물 부족, 가격전가 등을 통해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오히려 확산시킨 측면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 유념할 필요가 있다. 주택수요 증가에 대응한 중ㆍ대형 아파트 공급의 확대 등 시장원리에 기초한 부동산정책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증시등에 자금유입 유도해야 아울러 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자금이나 단기대기성 자금 등이 중장기성 예금,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자산으로 골고루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금융자산 보유에 대해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올 하반기 중 도입 예정인 ‘장기적립식 세금우대 간접투자증권저축’상품은 시중 부동자금 유치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장기국공채ㆍ주택채권담보부증권 등 안전성이 높은 장기채권의 공급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기관투자가의 역량 강화를 통해 채권 및 주식 매입 기반을 꾸준히 확충해나가는 것도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업의 침체된 투자심리를 떡藪?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도 다각도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