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공정 노동정책에 기대 걸며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예전처럼 증가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수출과 기업의 투자가 확대돼도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일자리 숫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 빈 공간이 고용이 불안하고 수입도 떨어지는 일자리로 채워지면서 빈곤화, 소득 양극화, 중산층의 붕괴문제가 야기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은 복지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진보진영이 무상급식ㆍ무상의료ㆍ무상보육 그리고 반값 대학 등록금을 주장하면서 무상(無償)복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복지의 토대가 되는 고용문제의 해법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개선하는 것이 복지의 근본이라면 엉뚱한 복지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일하고 소득을 높이는 해법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성장과 고용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고용률을 제고하는 데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노동생산성과 고용률이 올라가면 자연히 증가한다. 그래서 복지제도가 잘된 선진국일수록 노동생산성과 고용률이 높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근로자들은 급여가 올라가고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고 제품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면서 생산을 확대해 채용도 늘리게 된다. 또한 직업의 종류가 많아지고 고용행태가 다양해지면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며 경제 전반의 고용률도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노동생산성과 고용률을 제고하여 일인당 국민소득을 높이는 것을 인적자원 주도형 성장전략이라고 한다. 이것은 수출을 늘리고 기업의 투자를 확대해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문제를 해결하는 '우회 전략'이 아니라 근로자의 소득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정공법'을 의미한다. 또한 근로자가 일해서 번 소득에 정부가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그 돈으로 복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생산성을 저하하고 고용률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인적자원 주도형 성장과 배치된다. 인적자원 주도형 성장을 하려면 불합리한 노동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고용형태 다양화로 근로자들의 선택 범위를 확대해 취업 기회를 늘리고 동시에 실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 또한 노사관계 불안 때문에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데 인색하고 경기가 좋아져도 근로시간을 늘리는 반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관행을 바꾸는 것이 인적자원 주도형 성장전략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인적자원 주도형 성장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질서를 공정하게 만드는 공정노동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고용기회를 공정하게 만들고 채용과 승진 등을 위한 경쟁이 공정한 조건에서 이뤄지도록 하며, 자신의 노동에 대해서 보상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게 하고 또 시장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경우 정부의 보호와 지원도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만들어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공정성은 사람들의 의식의 문제로 생산성과 고용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고 최저한의 기준을 만들어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거래정책을 강화해 대기업이 하청관계 등을 이용해 중소기업과 불공정한 거래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동시에 공정노동정책을 확립해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비정규직과 협력 중소기업에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노동조합의 계파문제가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하거나, 취업의 진입장벽이 구직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적자원 주도형 성장전략과 공정노동정책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노사가 서로 불신하고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한다면 생산성과 고용률을 높일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근로의욕과 생산성을 높이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정치권은 무상 복지 등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를 투쟁거리로 몰아가는 등 노사 대립을 부추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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