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역할에 힘을 쏟겠습니다. 덕장형 리더가 돼 직원들의 마음을 읽고 챙겨주는 은행장이 되겠습니다."
24일 하나금융 임원추천위원회 직후 서울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함영주(59·사진) KEB 하나은행장 내정자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자산만 290조원에 달하고 임직원 수는 1만6,000여명에 이르는 통합은행장 직위의 부담 때문인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통합은행장으로서의 첫 과제로 하나·외환은행 간의 화학적 결합을 꼽았다.
함 내정자는 "양 은행 직원의 마음을 아우르는 작업을 먼저 할 계획"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KEB하나은행이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뱅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합병 완료 후 하나·외환은행 직원 간 급여체계 및 이질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융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법원 가처분 결정 등으로 하나·외환 직원들 사이에 생긴 갖가지 생채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한 전산통합 일정 등도 부담이다.
함 내정자는 통합은행장에 오르기까지 사실상 '3수(修)'를 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3월 하나은행장 후보에 올랐지만 김종준 전 행장에게 고배를 마셨고 지난 2월 하나은행장 선출시에는 김병호 행장이 선임되기 전 자진사퇴했다. 이번 통합은행장 경쟁 구도에서도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 간의 2파전 사이에 끼인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됐다. 영업 부문에서의 성과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전략이나 기획 등에서 앞선 두 후보에 비해 평가가 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함 내정자는 "김병호 행장과 김한조 행장은 저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선임은 저로서도 의외의 결과"라고 밝혔다. 본인이 통합은행장으로 내정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요즘 영업 현장을 보다 중요시하는 분위기인데 현장을 잘 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피합병은행인 서울은행 출신으로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을 잘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함 내정자는 지난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후 대부분을 현장에서 일해온 '영업통'으로, 겸손함에서 나오는 친화력과 성실함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단 95개의 해외 지점을 가진 KEB하나은행의 향후 글로벌 사업이나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 함 내정자의 능력에 물음표도 제기된다. 국내 시장에 특화된 영업력만으로는 이 같은 큰 그림을 그리기에 한계가 명확한 탓이다. 함 내정자는 이에 대해 "수익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글로벌이나 투자은행(IB), 자금시장본부 같은 부분을 조직적으로 키우겠다"며 "단 글로벌 쪽은 직접적인 경험이 없기는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에서 그린 전체적인 글로벌 사업 밑그림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함 내정자는 다음달 1일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며 임기는 2017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