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듀 2014, 인물로 본 갑오년] <4>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세 가지 화살 쐈지만 여전히 침체 허우적<br>장기집권 야심에 개헌 야욕까지 드러내<br>외교·경제 등 궁지 몰리자 중의원 해산하고 재신임<br>3차 내각 출범 후 기세등등… 돈풀기·극우행보 계속될듯



"전후 이래 가장 큰 개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센 저항도 있지만 국민들이 이 길을 똑바로 가라고 등을 떠밀어주셨습니다."

지난 24일 3차 내각을 출범시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표정은 자신에 차 있었다. 기자회견장의 단상에 오른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최대 과제"라면서도 "헌법개정은 자민당 창당 이래 커다란 목표이자 중의원 선거의 공약"이라며 개헌 의지를 주저 없이 드러냈다.


14일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세 번째 내각 수반에 오르며 장기집권의 길을 연 이날 아베 총리의 모습은 7년여 전인 2007년 9월12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힘없는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당시 20%대로 떨어진 지지율과 참의원 선거 참패, 각료들의 잇단 부패 스캔들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하면서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2차대전 A급 전범이자 전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를 외할아버지로 둔 정치 명문가 출신의 아베 총리에게는 이후 '나약한 도련님'이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5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2012년 12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1차 내각 때에 비해 한결 치밀하고 과감한 '승부사'로 돌아왔다. 1차 내각에서 자신의 극우성향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쓴맛을 본 아베 총리는 2차 내각 이후 엔고와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을 약속하는 '아베노믹스'를 부각시키며 자신의 정치적 목표인 '전후 체제(패전 후 수립된 평화헌법 체제) 탈피'를 향한 관문을 하나하나 통과하고 있다.


10월 아베 신조 총리가 불과 한 달 전에 임명했던 여성 각료 2명이 정치자금 부정 사용으로 잇따라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11월까지 오부치 야스코 경제산업상을 포함해 총 4명의 각료가 줄줄이 낙마했다. 2차 내각 출범 후 70%대를 웃돌던 지지율은 회복되지 않는 경제와 7월의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강행에 대한 불만, 한중과의 외교갈등 고조에 대한 불안감에 각료들의 줄사퇴까지 겹쳐 50%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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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아베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금융완화와 재정지출·성장전략 등 이른바 '세 가지 화살'로 일본 경제를 장기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끌어올리겠다는 아베노믹스는 정권의 버팀목 그 자체다. 하지만 올 4월 5%에서 8%로 소비세율을 올린 후 경기가 곤두박질치자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세율 인상 직후인 2·4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6.7%까지 곤두박질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분기에도 -1.9%에 머물며 일본 경제가 공식 침체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이때 아베는 중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초 약속했던 오는 2015년 10월 소비세율 추가 인상 시기를 늦추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다시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오합지졸' 야당에 정권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2년 만에 드러나기 시작한 정권의 문제들을 한꺼번에 '리셋(reset)'하겠다는 '꼼수', 장기집권에 대한 야욕이 빚어낸 결정이다.

그의 구상대로 선거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정치적 대안을 찾지 못한 일본인들은 결국 아베에게 표를 던졌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재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며 2018년까지 6년 집권의 포석을 깔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까지 역사상 최장기 집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의 그의 행보다. 2차 내각에서 경제 우선 정책으로 지지기반을 유지해 온 아베 총리는 일단 3차 내각에서도 아베노믹스 성공에 전념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개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행의 '돈 살포'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자신의 '극우 본색' 내보이기 조심스러워하던 2차 내각 출범 초기와 달리 이제 그는 자신의 정치색깔과 개헌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전후 일본을 묶어온 평화헌법의 개정이 그의 정치적 염원이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아베 총리는 2016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이끈 뒤 본격적인 개헌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개헌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중·참의원 의석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르면 2017년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향한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의 본막은 이제 막 열린 참이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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