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3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증가→생산증가→설비투자 증가→고용증가라는 선순환 고리가 단절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기업의 보수적 경영에 따른 투자부진 ▦기업투자의 해외유출 ▦부품의 해외의존 증가 등이 꼽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8일 “우리 경제에서 수출증가가 투자 등 내수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지난 80년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라며 “지난해 수출신장률이 20%에 육박했음에도 설비투자는 1.5% 줄었다”고 밝혔다. 올 1ㆍ4분기에도 수출은 37.8%나 증가했으나 설비투자는 여전히 감소세(-0.3%)를 면치 못했다.
무협은 이 같은 수출과 투자의 괴리는 지난해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과 유사한 ‘경영권 불안’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 기업이 투자보다는 부채축소 및 현금보유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다 유휴설비 활용 극대화만을 모색해 신규투자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IT 대기업이 부품 및 기계설비를 상당 부분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의 생산 및 투자증가에 기여하지 못한 것도 한가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승관 무역연구소 박사는 “수출증가가 설비투자 증가 등 내수활성화로 이어지려면 획기적인 기업규제 완화와 대기업ㆍ중소기업간의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고부가가치 부품소재 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