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로스쿨 문턱을 낮춰라


최근 들어 법조계 안팎에서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함께 사법시험을 계속 유지하자는 주장에서부터 변호사 예비시험제를 도입하자는 제안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까지 나서서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법조인 양성 제도의 개선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현행 시스템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법조인 양성시스템인 사법시험은 선발 인원을 순차적으로 줄여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된다. 2018년 이후에는 로스쿨만으로 법조인을 양성하게 된다.


문제는 로스쿨 문턱이 너무 높아 선발인력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우선 로스쿨 등록금부터 보자. 2012년 현재 사립대 로스쿨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2,075만원에 달한다. 이는 공립대 등록금(415만원)의 5배, 사립대(737만원)의 3배다. 등록금이 제일 비싼 연세대의 경우 3년 동안 7,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장기 불황으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도 벅찬데 여기에 6,000만~7,000만원을 추가로 들여 로스쿨 공부를 할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법조인 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등록금 비싸 가진자들의 제도 전락


실제로 로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면면을 보면 돈 있는 집안 출신들이 많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특목고와 서울의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 고등학교 출신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2009년 51.3%였던 특목고와 강남 3구 출신 비율은 2011년 52.9%, 2012년 61.7%로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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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 15개 로스쿨에 입학한 지방대 출신은 109명으로 전체 입학생(4,692명)의 2.3%에 그쳤다. 전국 234개 시군구 가운데서 지난 3년 동안 로스쿨 입학생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지역도 150개나 된다.

일부 학교 출신들이 독점해온 사법시험의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도입된 로스쿨이 되레 부유층의 변호사 양성학교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법적인 허점도 한몫했다. 로스쿨 설치의 근거가 되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을 보면 입학생 계층을 다양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바로 드러난다. 입학자격과 관련해 로스쿨법에는 학부에서 법학 이외의 학문을 한 사람과 다른 대 출신을 전체 정원에서 각각 3분의1 이상 선발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이다. 이 규정만 맞추면 특목고 출신을 뽑든 부유층 학생들로만 선발하든 제한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고졸출신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아예 봉쇄돼 있다. 이 때문에 고졸 출신 인권변호사에서 대통령까지 오른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고졸 신화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로스쿨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고시는 가난한 집안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만 하면 상류층으로 신분 상승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였다. 이를 통해 개천에서 많은 용들이 나왔다. 법조인 양성시스템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사다리는 이제 없다.

특별전형 등 늘려 저소득층에 기회를

장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신분상승 통로를 막으면 경제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 불안으로 연결된다. 정부가 사회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을 더 튼튼하게 만들려면 서민들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더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로스쿨이 소수를 위한 폐쇄적인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로스쿨의 특별전형을 대폭 확대하고 장학금을 늘려 다양한 계층에서 법조인이 나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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