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본부 해체 자율에 맡겨야

새 정부가 대기업의 기업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구조조정본부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에 의해 기존의 회장비서실이나 종합기획실이 폐지되면서 생겨난 조직이다. `국민의 정부`가 비서실이나 기획실을 폐지토록 한 것은 이들 조직이 재벌오너의 비선으로서 그룹의 인사권이나 재정ㆍ감사권 등의 권한을 무소불위로 휘둘러 그 폐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본부는 지난 5년 동안 그룹의 전체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등 기업전략의 산실로서 순 기능을 수행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행태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본부가 그 동안 해온 기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외환위기 후 폐지된 비서실이나 기획실이 구조조정본부로 간판만 바꾼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본부의 유효성과 존속성은 일단은 자율에 맡기겠지만 권고할 것”이라고 밝혀 해체론에 무게를 실었다. 재계에서는 이를 해체쪽으로 해석, 반발하는 분위기다. 현재 구조조정본부가 설치돼 있는 곳은 대체로 자산규모 10위안에 들어 있는 그룹들로 사장급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룹에 따라 영향력이나 역할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계열사들의 인사ㆍ재무구조ㆍ장기적인 사업전략ㆍ경영진단 등에 포괄적으로 간여하면서 종합조정하고 있다. 재계는 구조조정본부가 과거의 비서실이나 기획실 등이 해체되면서 일부 기능을 이어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위의 시각처럼 `황제경영`을 위한 도구는 이니라고 주장한다. 구조조정본부의 순 기능은 도외시한 채 역기능만을 부각시켰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체제가 일반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정본부의 해체권고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반발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데는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총괄하면서 미래의 사업전략을 조율하는 구조조정본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21세기는 `작은 정부`의 시대다. 작은 정부는 규제가 적은 나라를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꼽히고 있는 것도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꼴이다. 구조조정본부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민간기업의 조직은 민간에 맡겨 두는 것이 좋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조조정본부의 기능 중에는 순 기능도 있고 역 기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순 기능이 더 많다면 장점을 살려 나가는 것이 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구조조정본부 해체문제는 새 정부 경제정책의 큰 줄기도 아니다. 새 정부와 재계의 `정경 갈등`으로까지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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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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