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라이프] 국내최초 '사이버캅' 유재명경장

서울 성동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유재명(31)경장의 사건일지에 기록된 내용이다. 그런데 도난당한 항목들이 영 낯설다. 무슨 골동품 같기도 하고, 도굴품 같기도 하다.하지만 사실을 알고 나면 오히려 낯선 것이 당연하다. 위의 항목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들이기 때문. 요즘 인터넷 게임방에서 한창 인기있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등장하는 무기와 보호장비들이다. 게임에나 나오는 장비들이 무슨 재산이냐고 혹자는 묻는다. 하지만 유경장은 『게이머들에겐 수많은 시간과 게임방 이용료를 물어가며 겨우겨우 마련한 엄연한 재산』이라며 『매니아들 사이에선 실제로 현금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사이버 절도범들은 남의 ID를 도용하거나 해킹하는 방법으로 남의 게임 도구들을 훔쳐온다. 국내 최초의 「사이버캅」 유경장은 그들이 사용한 ID를 역추적해 훔친 장비를 팔려고 한 유모군을 검거했다. 유경장이 사이버 도둑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유경장 자신이 게임 매니아였기 때문. 비번인 날은 대부분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낼 정도로 게임을 즐긴다. 유례가 없는 사이버 도난 사건에 사법 당국은 당황했다. 게임 속에 나오는 무기와 장비를 개인의 재산으로 정의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 이를 「재산」으로 본다면 이 사건은 엄연한 절도사건이다. 고민 끝에 사법부는 유모군에게 「전산망 보호·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법률 제5219호)을 적용했다. 일종의 미봉책.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범죄에 관한 사법적 정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사이버캅 유경장은 강조한다. 김창익기자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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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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