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상한 헤지펀드 규정'에 업계 혼선


투자자 수 제한 폐지 안돼 소규모 재간접펀드 난립 우려 최근 한 대형운용사 헤지펀드 담당자 A씨는 금융감독원에 헤지펀드 운용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 3명이 모두 헤지펀드 운용을 맡아야 하는지, 또 국내에서의 헤지펀드 운용 경험도 인정하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금감원 관계자의 답변은 “헤지펀드 운용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이 3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인가요건일뿐 이들이 모두 헤지펀드 운용을 맡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국내에 헤지펀드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가 국내에서 헤지펀드를 설립하려면 국내외에서 헤지펀드를 2년 이상 운용했거나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관련 교육(60시간 상당)을 이수한 전문인력이 3명 이상이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답변대로라면 인가요건인 3명의 헤지펀드 운용 전문 인력을 갖추는 것은 형식적인 요건일 뿐 실질적으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인력이 단 한 명이어도 관계가 없다는 뜻이 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선 국내외 헤지펀드 운용경험을 모두 인정한다는 규정과 달리 국내법상 그간 헤지펀드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운용경험만 인정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헤지펀드 전략을 차용한 공ㆍ사모펀드를 2년 이상 운용한 매니저라도 금투협이 마련한 교육을 이수해야만 운용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12일 감독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헤지펀드 운용 관련 모범규준 발표를 앞 두고 업계와 당국이 세부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지거나 내용이 모호한 규정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면서 업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규정이 헤지펀드 매니저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개인 자금을 투자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운용사는 헤지펀드의 설정을 위한 설립 자본금투자(1억원)를 제외하고 자기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할 수 없다. 특히 펀드매니저는 자기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아예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관련 한 대형 글로벌 헤지펀드 관계자는 “재간접 헤지펀드는 물론 국부펀드,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펀드매니저와 운용사가 직접 투자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고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이를 굳이 금지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매니저나 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투자자와 운용자의 이익을 연계함으로써 책임운용을 독려한다는 취지다. 일부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편입대상 펀드의 절대 기준으로 매니저나 회사가 직접 펀드에 자기 돈을 투자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기도 한다. 사모펀드 기준을 원용해 재간접 헤지펀드 투자자수를 49인 이하로 제한한 데 대해서도 업계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내달 발표되는 모범규준에는 재간접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 이상, 투자 대상 하위펀드 5개 이상으로 규정하고 동일한 펀드에 재투자하는 시리즈 펀드 설립을 금지하는 내용의 세부규정이 포함된다. 그간 업계에서는 설정액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 하는 소규모 영세펀드 난립을 막으려면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었다. 그러나 당국은 “사모펀드와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투자자수를 49인 이하로 제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와 관련 한 운용사 관계자는 “동일한 펀드에 투자하는 시리즈펀드를 설정하지 못 하도록 하면서 투자자수를 49인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을 유지한다면 최악의 경우 설정액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만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며 “감독 당국이 올해 소규모펀드를 없애기 위해 칼을 빼들어 놓고 이 같은 규정을 유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헤지펀드 인가 심사시 헤지펀드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가 심사를 맡도록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투협에서 헤지펀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도 외부 전문가 섭외가 마땅치 않아 운용사, 자문사 등 업계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강사풀을 겨우 만들었다”면서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는 업계 출신 전문가가 아닌 새로운 전문가풀을 구성해야 하는데 업계 이외의 외부 헤지펀드 전문가를 위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