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수진의 옆에는 1년 365일 한 남자가 지키고 있다. 바로 그의 남편이자 매니저인 툰치 소크멘(53)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였다. 툰치는 창단 이래 최연소인 19세의 나이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강수진의 선배였다. 툰치의 눈에 비친 강수진은 수줍은 얼굴에 내성적인 동양 여자아이였지만 그는 첫 눈에 그녀에게 반했다고 고백한다.
발레라는 공통 분모 말고도 강수진과 툰치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예술가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강수진의 외할아버지는 구본웅 화백(1906~1953)이고 그녀의 언니와 여동생은 모두 음악을 전공했다. 툰치의 가정 역시 비슷하다. 툰치의 어머니는 대학에서 성악을 가르쳤고, 첼리스트와 결혼한 남동생은 비올라를 전공했다.
하지만 이들이 결혼하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진의 부모님이 내심 딸이 한국 남자와 결혼하기를 원했기 때문. 하지만 툰치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수진을 보살피며 기다렸다. 특히 1996년 허리 디스크로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는 발레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강수진의 매니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강수진은 "툰치는 매니저로서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한 충고와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남편으로서 저를 절대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항상 곁에서 자상하게 보살펴주는 유일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강수진은 1999년 정강이뼈 스트레스성 골절로 발레를 쉬어야만 하는 절망의 시기에 자신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툰치의 변함없는 사랑과 보살핌, 그리고 재활 지도 덕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강수진에게 발레를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주고 빠른 복귀를 위해 요가를 응용한 특별 스트레칭을 고안해 냈다. 그리고 2001년 마침내 강수진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강수진이 가장 절망에 빠졌던 시기를 함께 극복한 툰치는 강수진이 재기에 완벽히 성공한 후인 2002년 1월 마침내 오랜 연애를 끝내고 결혼에 골인했다. 발레단에서 선후배로 만난 지 15년,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된 지 7년 만에 이룬 사랑의 결실이었다. 긴 연애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툰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던 수진의 부모님도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고, 두 사람은 양쪽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부부가 됐다.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툰치와 손을 맞잡고 애정 표현을 하는 강수진에게 그녀가 생각하는 부부의 의미를 물었다. "제 성격이 워낙 단순한 반면 툰치는 세심하게 모든 것을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면서 항상 솔직하게 모든 것을 소통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삶의 방식입니다. 이게 진정한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