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정부예산 신중히 집행해야

노란 은행잎도 떨어지고 영하의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 매년 이맘때면 시내 곳곳에서 보도블록 교체나 아스팔트 보수공사를 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별 느낌조차 없기는 하지만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우선 공사 시기에 관해서다. 보도블록이든 도로 포장이든 왜 따뜻하고 날씨 좋은 때에 공사를 하지 않을까. 왜 하필이면 낮의 길이가 유난히 짧고 기온까지도 낮은 연말에 때를 맞추는 걸까. 도로는 항상 차와 사람이 이동하고 통행하는 길이다. 따라서 가능한 통행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에 공사가 행해져야 한다. 공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분 좋게 움직이고 한창 일할 평일 낮 시간, 그것도 차량과 사람의 흐름에 지장을 주면서 공사를 해야 하는 건지 같이 생각해볼 문제다. 다음은 공사를 시행하는 장소인데, 평소 거닐면서 그리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도로일 경우가 있다. 언뜻 보기에 아직 괜찮아 보이는 보도블록을 색깔 있는 새 것으로 교체한다. 사람의 통행도 그리 많지 않아서 보도블록이 크게 훼손되거나 깨진 상태도 아닌데 말이다. 차도인 경우에도 포장을 깨어내고 아스팔트를 덧씌운 뒤 차선을 새로 그린다. 물론 주관기관에서 잘 판단해서 세운 계획대로 집행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공사하는 그 장소, 그 구간이 관할 구역 내에서 가장 시급한 곳이고 그래서 연말에 필히 시행해야 할 곳인지는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부 할인점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지출 규모 207조원에 달하는 올해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아끼고 절약해서 사용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수입이 줄면 지출을 줄이고 쓰던 물건도 고쳐서 사용하며, 버릴 물건을 재활용한다. 불요불급한 소비는 뒤로 미뤄 앞으로 가계가 더욱 어려워질 때를 대비한다. 국가도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올해 재정 운용 결과 나라 빚이 300조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세입에 맞춘 지출을 해야 하며 국민이 애써 납부한 세금을 한푼이라도 절약하고 아껴서 올바르게 써야 한다. ‘정해놓은 거니 쓰자’라거나 ‘안 쓰면 없어지고 만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절대 안된다. ‘한번 계획했기에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는 고집도 버려야 한다. 이 같은 마음으로 ‘국리민복’을 위하는 차원에서 보도블록 교체나 아스팔트 보수공사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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