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고] 환태평양 외교 핵심동반자, 호주·뉴질랜드·피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며칠 전 호주, 뉴질랜드, 피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필자에게 어느 지인이 필자의 동선이 마치 18세기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의 탐사항로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필자는 남태평양 방문에 앞서 지난 8월말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외교장관회의(GLACIER)에 참석한 데 이어, 하와이에 들러 미 태평양사령부와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를 가진 바 있다.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와 호주 땅을 밟고 최초로 남극권에 진입하였으며, 북극항로를 찾기 위해 나선 탐험길에서 하와이와 앵커리지를 발견한 쿡 선장의 여정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필자가 방문한 3국은 남태평양 지역의 핵심국가들로서 한국의 외교지형 측면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우리의 환태평양 외교 측면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외교는 2013년 5월 대통령 방미를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중남미를 잇는 환태평양 정상외교를 추진해왔다. 필자도 지난달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외교장관회의(FEALAC)에 참석하여 2017년 회의를 유치한 데 이어, 미국 알래스카 및 하와이를 방문했고 이번에 남태평양 지역을 방문함으로써 한국외교의 환태평양 띠를 보다 촘촘히 연결했다.


둘째, 중견국외교(middle-power diplomacy) 측면이다. 우리는 지난 2013년 호주,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와 함께 지역간 협의체인 믹타(MIKTA)를 주도적으로 출범시키는 등 중견국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는 국제무대에서 대표적인 중견국이자 우리와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들이다. 양국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한반도 문제 등에 있어 우리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으며,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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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 중 호주, 뉴질랜드 외교장관들은 필자의 제한된 일정을 배려하여 수도가 아닌 시드니와 오클랜드로 각각 와서 회담과 오·만찬을 가졌다. 특히 뉴질랜드 존 키(John Key) 총리는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클랜드로 날아와 필자를 접견했다. 양국의 이런 호의적 제스처는 지난해 호주 총리와 금년초 뉴질랜드 총리의 공식방한 이후 한국과의 관계 증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호주와의 관계는 이제 준동맹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번에 제2차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열린 호주는 우리나라가 미국 이외에 2+2 장관급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한호 양국은 미국의 아태재균형 정책에 있어 핵심 파트너로서 미국과 함께 비확산, 사이버안보, 재난구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양국은 이번 2+2 회의를 통해 외교안보, 국방협력 분야에서 미래 청사진을 담은 공동문서를 채택했다.

셋째, 남·북극 그리고 남태평양도서국 대상 우리의 글로벌 네트워크 측면이다. 북극과 북극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축으로, 필자는 얼마전 북극외교장관회의에서 북극 지역의 지속가능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의 기여방안을 제시했다. 칠레와 함께 남극으로 가는 2대 관문인 뉴질랜드는 남극연구협력센터를 통해 우리와의 남극 연구활동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금번 피지 방문은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71년 국교수립 이래 44년만에 처음 이루어졌다. 16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중심국가인 피지 총리와 외교장관은 기후변화 대응과 개발협력 분야에서 한국의 기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태평양도서국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로서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유치하고 있는 우리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필자의 출장은 남태평양 핵심국들과의 실질협력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북극과 북극해로부터 남극과 남태평양을 가로질러 확대된 우리의 전방위 외교를 실감케 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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