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디지털 TV로 세계 시장을 점령했다면 우리는 고부가가치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으로 조선왕국의 신화를 지켜나갈겁니다"
국내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이 최근 들어 무섭게 성장한 중국의 공세가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한결같이 꺼내는 답변이다.
이런 자신감 뒤에는 과연 무엇이 숨어 있을까. 바로 국내 조선업계가 과거 벌크선이나 유조선 건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선으로 선별수주를 통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3년반 정도치의 일감을 확보하며 바이어와 협상에 유리한고지를 차지해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한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분야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조선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빅3가 수주한 선박은 총 176척으로 지난해227척에 비해 51척이나 감소했지만 수주액은 260억달러에 달해 지난해보다 30억달러가까이 늘어났다.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부문 85억달러, 해양부문 24억달러등 109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1-11월 수주한 80여척의 선박 가운데 무려 19척이 초대형 LPG선(액화석유가스운반선)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4척 가운데 1척이 LPG선이라는 뜻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조선소로서 기술 또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듣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또한 이미 1만3천TEU급 설계를 마치고 시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10월 LNG선 건조의 핵심 공정인 화물창 공사 작업대를 국내 조선업체로는 처음으로 자체 설계, 제작해 LNG선 건조장비 국산화를 100% 실현하는 등LNG선 강자로 떠오르면서 70억달러가 넘는 수주액을 챙겼다.
아울러 대우조선은 2004년에 6천만달러 짜리 해양플랜트 1기를 수주하는데 그쳤지만 올해는 해양플랜트 4기를 19억4천600만달러에 따내 사상 최고의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을 보였다.
대우조선측은 "우리가 일본을 추월한지는 오래됐으며 중국의 저가덤핑공세가 무섭긴 하지만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가 만들수 없는 초대형컨테이너선과 LNG선, 초대형 유조선을 만들 기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중공업은 LNG선을 포함해 쇄빙선, 유람선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를 통해 64억달러의 수주액을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Sovcomflot)로부터 7만t급 `극지운항용 쇄빙유조선' 3척을 4억3천만달러에 수주해 국내업계 최초로쇄빙유조선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크루즈선의 전단계에 해당하는 3만5천t급 고속 여객선 `머스크 됭케르크'호를 최근에 인도해 `네이벌 아키텍트'로부터 올해의 최우수 선박에 선정됐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조선업계의 향후 전망 또한 장밋빛이다.
빅3를 포함해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은 선박 건조시설 확충 작업을 내년상반기까지 마무리할 계획임에 따라 업체별로 선박건조 능력이 연간 6-7척 정도 늘어나 매출과 영업이익도 함께 증가하게됐다.
더구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작년 초 이후 선박가격이 오를 때 수주했던 선박들이본격적인 건조작업에 들어가는 기간이어서, 건조시설 확충은 업계의 수익성 개선을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조선공업협회측은 "수주물량이 20% 정도 줄었는데도 수주액이 7%가 늘었다는 것은 척당 수주 단가가 작년 동기 대비 27%가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이는 국내 조선업계의 질적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