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헤이거 지음, 반니 펴냄)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로 탄소· 산소·수소의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에 비해 질소는 그 가치에 비해 낮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질소는 동식물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원소다. 재래식 ‘거름’이 아닌 질소로 만든 ‘비료’가 농업에서는 떼놓을 수 없을 정도다.
새 책 ‘공기의 연금술(원제 The Alchemy of Air)’은 공기 중에서 질소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해낸 두 과학자 프리츠 하버(1868~1934)와 카를 보슈(1874~1940)의 삶을 다룬 책이다. 이들에 의해 대량생산된 질소는 비료로 사용되면서 식량 생산을 대폭 늘려 궁극적으로 인류를 기아에서 구원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질소는 독가스와 폭탄 등 대량살상무기에도 전용돼 치명적인 해독을 끼쳤다. 하버와 보슈는 독일인이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격동기였다. 식량생산을 늘릴 것과 함께 적을 해칠 무기도 요구됐던 시대였다.
질소는 식물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고 대기중에 80%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지만 자연상태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하버와 보슈는 이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비료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힌다.
질소비료는 풍부한 농작물 재배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또 가축들의 먹이가 돼 기름이나 설탕, 고기, 곡물 등을 생산해냈다. 공기를 가지고 인류를 먹여 살린다는 의미에서 이들에게는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두 사람 모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만든 질소는 양날의 칼이 됐다. 질소는 식량생산 뿐만 아니라 폭탄의 원료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자연히 ‘조국’ 독일은 폭탄 생산을 늘렸다.
하버가 만든 폭탄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는 훗날 ‘독가스의 아버지’로 낙인이 찍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나치에게 버림받았고 ‘전쟁 중에나 평화로울 때나 조국이 허락하는 한 조국에 봉사했다’는 묘비명을 남겨달라는 유언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보슈도 자신이 대표로 있던 독일의 화학회사 바스프를 지키기 위해 나치에 협력했지만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저자는 “과학적 이타심이 정치와 권력, 돈, 개인적 욕망과 맞닥뜨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것이 진짜 과학의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