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끝나지 않은 사이버 공격

카르타고와의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로마는 승자의 쾌감에 도취돼 있었다. 힘든 싸움을 예상했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고 승리의 열매는 달았다. 하지만 이러한 도취감으로 인해 로마는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위기를 맞게 된다. 지난 4일부터 발생한 디도스 공격의 대응은 적절했다. 사이버 공격이 감지되자마자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안철수연구소는 긴밀한 협조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 덕분에 2011년의 '3∙4 디도스 공격'은 지난 2009년의 '7∙7 디도스 대란'처럼 큰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주도한 해커가 예상보다 일찍 좀비PC의 하드웨어 파괴를 명령하는 등 조급해 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공격은 2년 전에 비해 피해를 훨씬 최소화했다. 잠시 버벅거렸던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 접속은 단시간에 정상화됐다.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이 불가능했던 일부 정부기관 홈페이지도 빠르게 복구됐다. 누리꾼들은 재빠르게 전용백신을 내려받았으며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2년 전 대란의 재판을 우려했던 목소리는 지나친 노파심이 돼버렸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봤을 때는 방어자 측의 완전한 승리다. 다만 이번 디도스 대응은 완벽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든다. 적절한 대응 때문에 정부가 사이버 보안에 대한 지원을 늘릴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현 상태만 유지해도 웬만한 사이버 공격 발생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상황판단을 할 수도 있어 이러한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정부가 디도스 공격을 잘 막았다는 승자의 쾌감에 도취돼 이후 방비를 게을리 하면 언제든 새로운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이버 공격은 2년 전과 같은 '디도스' 공격이었기 때문에 대응하기 수월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카르타고의 맹장 한니발이 로마인들이 예상치 못한 알프스 산을 넘어 로마를 공격했듯이 앞으로 있을 대규모 사이버 공격 또한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분야에서 시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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