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에 보내는 갈채/폴 A 새뮤얼슨 미 MIT대교수(송현칼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향후 5년간의 세계경제성장에 대한 희망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동안 IMF의 전망이 대체로 타당했고 적기에 발표됐으며 실제결과와 상당히 일치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 전망치에 적잖이 안도감을 느낀다.물론 각국의 상황이 똑같지는 않다. 미국의 단기 경제성장률은 다소 상향조정됐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전망에 비해 경기회복세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들은 통화위기의 여파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특히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비교적 탄탄한 국가들도 미래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높은 실업률로 고전해온 유럽은 활발한 성장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IMF보고서에서 반가운 대목은 중국과 인도 부분. 경쟁적인 시장경제로 전환한 두나라의 성장률은 당분간 10%에 육박, 세계 전체의 균형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부분은 인종갈등과 국가기능의 마비 때문에 황폐화돼 있는 상태다. IMF의 반세기 역사속에서 현재보다 높은 신뢰도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IMF와 세계은행은 1차대전 이후 지속됐던 극심한 호·불황의 패턴에서 벗어나기위해 2차대전후 전승국들에 의해 출범됐다. 상당기간 IMF는 고정환율제의 문제점 해결에는 역부족이었으나 세계경제성장에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일본의 경제기적과 아시아 4마리 용의 경제발전도 IMF의 지원에 힘입은바 크다. 그러나 IMF가 절실하게 필요해진 것은 달러화가 금본위제와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1971년 이후의 일이다. 고정환율제를 근간으로 하는 브레튼우즈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생겨난 이 국제기구가 변동환율제의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우스꽝스럽다. 70년대에 석유위기가 닥치자 IMF는 차관과 정책평가를 연계시키는 제도를 마련했다. 마치 큰 형님처럼 IMF는 방만하게 외채를 끌어들이는 중남미국가들에 권고했다. 은행도산과 인플레를 막으려면 근검절약은 필수조건이라는 것. 외부로부터 정책이 실패할 것이란 잔소리를 듣게 되면 누구나 처음엔 언짢게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일부 제3세계 국가에선 IMF가 예견했던 비참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났다. 핫머니가 난무하던 거품경제시절 IMF는 눈사태위에서 춤추고 있다고 멕시코에 경고했다. 나중에 멕시코는 IMF의 경고를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최근에도 태국에서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됐다. 오늘날 자유방임주의가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감시하는 정부기구에 대해선 무작정 비난만 하면서. 그러나 해야 할 일을 잘 하고 있는 기관에 손뼉을 한번 쳐주면 어떨까. 미래엔 누가 IMF를 필요로 할까. 앞으로 40년간 노령화가 진행될 일본의 경우 국제수지흑자 기조에 큰 변화를 겪어야 할 지 모른다. 일본도 IMF가 곁에 있어야 앞으로 닥쳐올 문제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남미국가들은 경제발전을 하곤 있으나 아직 인플레이션억제나 수출경쟁력향상 등의 과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과거에 뉴욕의 체이스은행이 쿠바나 아르헨티나에 지시했을 땐 제국주의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지금 IMF가 통화남발을 통한 재정적자확대를 경고하면 자신의 고객기업을 위해 진심으로 충고하는 경영컨설턴트와 마찬가지다. 한국은 다행히 일찌감치 원화를 달러화에 연동시켜왔다. 80년대 들어 달러화의 값이 떨어지자 한국의 수출상품은 일본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대폭 향상됐다. 한국은 아직도 정치·경제적 불안으로 국가신용도 트리플A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한국도 멕시코 등이 그랬던 것처럼 IMF의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 된다고 해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나는 프랑스와 같은 대국이 좌파와 우파정권의 사이에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프랑화가 흔들려 IMF나 선진7개국(G7)의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어떤 나라도 독야청청할 수 없다. 심지어 미국조차도 IMF의 신중함에서 득을 볼 수 있고 배울 게 있다.<노벨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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