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이채욱 GE코리아 회장

"정책 불확실… 외국계기업 투자 미뤄"<br>한국 매력적 시장불구 배타적 정서등 문제<br>높은 물류비·노사관계·북핵문제도 걸림돌<br>경영권 방어위해 출총제 단계적 폐지해야


[월요초대석] 이채욱 GE코리아 회장 "정책 불확실… 외국계기업 투자 미뤄"한국 매력적 시장불구 배타적 정서등 문제높은 물류비·노사관계·북핵문제도 걸림돌경영권 방어위해 출총제 단계적 폐지해야 대담=김형기 산업부장 kkim@sed.co.kr 정리=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관련기사 • [월요초대석] 이채욱 회장 역점 분야는 • [월요초대석] 이채욱 회장 발자취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치ㆍ사회적 예측 불가능성으로 (투자 등을) 조금 기다리자’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큰 손실입니까.” 최근 국내에 정치ㆍ사회 불안과 반(反)외국기업 정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장을 맡고 있는 이채욱 GE코리아 회장이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를 제기했다. 이 회장은 “한국은 외국계 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외국계 기업들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정치ㆍ군사적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큰 문제”라며 외국계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위축을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이제 국내 외국계 기업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비욘드 메이킹 머니(beyond making money)’를 화두로 삼고 있다”며 “일부 헤지펀드(단기성 투기자금)들로 인해 대다수의 견실한 외국계 기업들이 싸잡아 비난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을 통해 외국계 기업들은 최근 반 기업정서 확산과 정치 불안, 대북갈등 심화 등으로 어수선한 국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최근 국내의 외국계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사안은 무엇입니까. ▲정부의 정책이 예측 가능한 상태인가 하는 점입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으로선 현지의 정치적 변수에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상당수가 정책 예측이 쉽지 않아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투자를 미루거나 더 이상 국내에 투자를 안 하겠다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다면 올 경영 실적 현황은 어떻습니까.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유가 등으로 인해 비용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고, 내수 경기 역시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GE코리아의 경우만 해도 예년엔 경영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지만 올해엔 금년 목표를 채우는 정도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고유가 뿐 아니라 금리 인상여부도 기업들의 관심거리입니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로 인상됐고 국내에서도 부동산 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에 비중을 둔 외국계 기업이라면 금리 상향의 부작용으로 소비 위축이 발생해 매출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은 경비를 줄이고 마케팅 전략을 방어적으로 선회하는 등 내핍 경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의 예측 가능성입니다. -원론으로 돌아가보지요. 외국계 기업들은 투자처로서의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한국은 분명이 매력적인 투자 시장입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적 정서가 점증하고 있고, 정부 정책의 불확성과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높은 물류비용과 고임금으로 인해 산업 인프라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선진화되지 못한 노사관계도 극복해야 할 사항입니다. 북핵문제 역시 정치ㆍ군사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투자의 걸림돌로 북핵문제를 언급하셨는데요 최근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파행을 빚는 등 대북 갈등 문제가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들의 대북 투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북갈등으로 인한 군사적 불투명성은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외자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북한의 경우 현재 대다수 외국계 기업들이 투자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한때 일부 외국계 기업들이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의 차원에서 북한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지만 산업인프라 및 시장 미비와 더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매우 투자 의사를 접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계 기업은 북핵문제에 대한 정부간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대북 투자는 어렵습니다. 미국과 북한 정부간 갈등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기업이 자국 정부의 입장에 반해서 해외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GE의 대북 투자계획은 어떻습니까. ▲GE 역시 현재로선 대북 투자계획이 없습니다. 사실 GE도 지난 2002년 신의주 경제 특구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을 당시 각종 보고서를 검토하고 잇따른 토의를 거쳐 북한 진출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발전설비사업이나 의료장비사업, 부동산 관련 투자 등 광범위한 분야를 놓고 대북 투자를 위한 금융 전략까지도 검토했었지만 얼마 안 있어 핵 문제가 다시 터졌습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대북 투자 검토는 완전히 정지된 상태입니다. -외국계 기업들의 대북 투자 의욕을 높이려면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요. ▲정치ㆍ군사적 위협 해결과 더불어 한국 대기업들의 대북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들이 최근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면서 투자를 늘리고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투자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만이 겨우 입주하는 상황이며 대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기업 스스로가 대북 사업 확신을 갖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만약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북한으로 진출한다면 이들 업체와 협력하는 외국계 기업들 역시 부품 시장 등의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뒤어들 것입니다.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폐해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내기업들은 총액출자제한제도 폐지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국계 기업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기업이 글로벌 경쟁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자유로운 자본투자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총액출자제한제도는 단계적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기업들 역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증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경영권 방어장치와 관련한 논란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분간 위앤화가 지속적으로 절상될 전망입니다. 이것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반적으로,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보유한 외국 기업과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외국 기업은 당연히 부정적 영향을 받을 곳입니다. 하지만 위앤화 절상이 중국 경제의 소프트랜딩으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거품붕괴에 대한 우려가 사라져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입력시간 : 2005/11/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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