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가장 험난한 「구조조정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부문이 금융기관이었다. 부도와 퇴출, 합병, 감원 등 구조조정의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져온 은행 가운데 일부가 사실상 부도를 내고 무너지는가 하면 종금사들의 영업정지가 줄을 이었다.은행원 2만2,000여명을 비롯해 모두 3만여명의 금융인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IMF 이후 퇴출당한 금융기관은 모두 96개. 전체 금융기관(2,077개)의 4.4%에 해당한다. 종금사는 30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개가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 6월29일. 은행이 망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은행 등은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낮아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간판을 내려야 했다. 퇴출은행을 이끌었던 경영진들은 부실경영의 책임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고려, 동서, 산업, 장은, 동방페레그린 등이 문을 닫았고 투신중에서도 신세기와 한남투신이 퇴출당했다. 보험사 가운데서는 태양, 국제, BYC, 고려 등 4개사가 폐쇄됐다. 대한과 한국 등 2개 보증보험사는 합병과 함께 자구계획을 통한 경영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25개 리스사중 10개사는 현재 개별적으로 청산절차를 밟거나 가교리스사로 자산과 채무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정리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도 전체 230개사 가운데 27개사, 신용협동조합은 1,666개사중 46개사가 영업을 중단했다. 할부금융도 시한부로 생명을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규모가 작은 서민금융기관들은 퇴출바람이 더욱 거셌다. 230개가 넘는 신용금고중 11개 금고의 퇴출이 확정돼 가교금고인 「한아름금고」로 넘어갔고, 12개 금고는 신용관리기금의 경영관리에 들어가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의 백미를 장식한 것은 대형은행간 짝짓기였다.
합병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상업과 한일이었다. 이들 은행은 지난 7월31일 합병을 선언하고 내년 1월을 기해 한빛은행으로 재출범한다. 자산규모 100조원, 직원 1만여명의 「리딩뱅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한빛의 목표.
지난 9월8일 합병을 발표한 하나와 보람은행은 하나은행으로 새출발한다. 국민과 장기신용은행(9월11일 발표)은 소매금융과 도매금융의 짝짓기라는 점에서 성공여부에 관심을 끌고 있다. 조흥은행도 현대종합금융 및 강원은행과 합병키로 하고 지난 17일 공식발표했다. 【한상복 기자】
◇금융구조조정 일지
97. 11.22= IMF 구제금융 요청
12.2= 9개 종금사 업무정지(경남 경일 고려 삼삼 신세계 쌍용 청솔 한
솔 항도) 12.10= 5개 종금사 추가 업무정지(대한 나라 신한 중앙 한화)
12.12= 서울·제일은행 경영개선명령
12.19= 신세기투신 영업정지
12.29= 금융개혁관련 법안 국회 통과
98. 1.15= 제일·서울은행에 대한 감자명령(8.2:1)
1.30= 서울·제일은행 감자 및 각각 1조5,000억원의 정부출자 완료
1.31= 인가취소 종금사에 대한 가교종금사(한아름종금사)로의 계약이
전 결정 2.17= 10개 종금사 영업인가 취소(경일 경남 고려 삼삼 신세계 신한 쌍용 청솔 한화 항도)
2.26= BIS 8% 미달 12개 은행 경영개선 권고
3.5 = 제일·서울은행의 경영개선계획 승인
3.23= 제일종금 영업정지
3.16= 한솔종금 인가취소
4.1 = 금융감독위원회 출범
4.1 = 대구종금 인가취소
4.15= 삼양종금 인가 취소
4.24= 고려·동서증권 조건부 폐쇄 조치
4.30= BIS미달 12개 은행 경영정상화계획서 제출
5.15= 새한종금 영업정지
5.18= 제일종금 인가취소
6.1 = 고려·동서증권 증권업 허가 취소
6.12= 한길종금 영업정지
6.29= 5개 은행 퇴출 (동화 대동 동남 경기 충청), 7개 은행 조건부승
인(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
7.4 = 장은증권 업무정지
7.25= 한국산업증권 업무정지
7.31= 상업-한일은행 합병 발표
8.11= 4개 생보사 영업정지(국제 BYC 태양 고려)
8.12= 새한·한길종금 인가 취소
8.14= 한남투자증권·한남투자신탁운용 영업정지
8.21= 영업정지중인 4개 생보사 보험계약 이전결정(국제→삼성, BYC→
교보, 태양→흥국, 고려→제일)
8.22= SK 쌍용투자 장은 동방페레그린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대해 경영개선계획 제출 명령
8.25= 한남투신 신탁재산의 국민투신 인계 명령
9.2 = 금융산업구조개선안 국회 통과
9.8 = 하나-보람 합병 발표
9.11= 국민-장기신용은행 합병 발표
9.14= 상업-한일은행 감자명령
9.25= 2개 증권사 조건부승인(쌍용투자증권 SK증권), 2개 증권사 불승인(장은증권 동방페레그린증권)
こ 12.17= 조흥-현대종합금융-강원은행 합병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