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민 깊어가는 네파

MBK에 인수 뒤 순항하다<br> 세월호 사태·불황 여파로 백화점 등 매출 기대 못미쳐

다운재킷 수요 예측 빗나가 전지현 모델 효과도 시큰둥

충성고객 확보 등 돌파구 시급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실적 부진과 조직 불안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네파 지분 100%를 인수한 후 잠깐 순항하는 듯 하더니 위축된 소비심리와 세월호 사태, 트렌드 변화, 아웃도어 시장 정체 등이 겹치면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올 초 예상보다 빠른 김형섭 전 네파 대표 퇴임 이후 직원들의 이동이 잦고 조직이 불안정한 가운데 MBK파트너스가 HK저축은행 매각설로 '먹튀 논란'까지 일고 있어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초 MBK 인수 당시만 해도 네파는 노스페이스에서 이탈한 젊은 층을 끌어안으며 아웃도어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며 성장이 주춤한 상태다. 상반기 세월호 사태와 경기 불황 여파로 맥을 못 춘 네파는 매출 비중이 높은 겨울 패딩 장사로 반전을 노렸지만 무리하게 많은 물량을 확보한데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대량 재고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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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시내 A백화점에 따르면 본격적인 겨울 아우터 구매 시즌인 11월~12월 4일까지 네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13% 역신장했다. 12월 들어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세일 중인 백화점 할인 폭이 컸음에도 초라한 성적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겨울을 겨냥해 다운재킷을 30만장이나 찍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11월 중순까지도 3,000장을 팔았나 싶을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MBK가 네파의 가치를 지나치게 고평가해 인수했다는 견해가 상당하다. 아웃도어 시장이 정점을 지난데다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블랙야크 등 빅4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에 국한된 타깃 전략은 스스로 발목을 묶는 족쇄가 됐다는 지적이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젊은 층이 빠져나갔지만 40~50대 이상의 탄탄한 중장년층 소비자가 버텼고, 등 돌렸던 4050세대들이 회귀하면서 본 페이스를 찾아갔다. 반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은 한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 갈아타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네파의 경우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빅모델 전략이 실패했다는 얘기도 많다. 지난해 10월 타 브랜드와 계약 직전 파격적 모델료를 앞세워 전지현을 기용했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강하지 않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2PM을 중심으로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킨 네파가 타깃층 확대를 위해 전지현에다 이서진을 가세해 2PM과 함께 3각 구도를 짰지만 별 반향이 없어 F/W시즌부터는 이서진을 뺐다. 업계에서는 네파가 중심없는 고객층 확장으로 브랜드 정체성만 모호해졌다고 꼬집는다. 이는 전지현의 매력을 잘 활용한 유니클로, 탕웨이의 코오롱스포츠, 조인성을 장기간 쓰는 블랙야크, 현빈의 K2, 이민호의 아이더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는데다 사모펀드의 성격상 시세차익 실현이 목적인 만큼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조직 안정성이 저해돼 네파의 부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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