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긴축 아직 멀어… 금리 인상땐 최소 3개월전 확실한 신호 줄것"


버냉키 “긴축은 아직 멀었다”. 순차적 출구전략 로드맵 제시. ‘상당기간’ 성명서 문구 삭제 후 최소 3개월 뒤 금리인상. 대 전환점을 맞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역사적 기자회견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사상 첫 통화정책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던진 화두는 “긴축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미래에 다가올 출구전략에 시장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9년3월부터 돌입한 돈 풀기(2조3,500억 달러) 정책을 6월로 종료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긴축을 의미하는 출구전략의 로드 맵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물론 가장 관심이 모은 긴축 시점에서는 “경제회복 속도와 물가상승 추이에 달렸다“며 일체의 힌트를 주지 않았다. 출구전략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긴축이 시작됐을 때 시장에 받을 혼란을 줄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회견으로 FRB의 긴축 시점이 연말~연초에서 일러야 내년 초 이후로 당초 전망보다 다소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시카고선물시장에서 내년 1월 기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28%로 전날의 38%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졌다. 조기 긴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에 뉴욕 증시에서는 ‘버냉키 랠리’를 펼쳤다. 다우지수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3대 주요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대로 달러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날 회견 내용 자체로 보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버냉키는 오히려 경기부양 정책 기조를 명확하게 설명해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불확실성을 덜어주려는 모습이었다. 버냉키 의장은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올해 6월말로 종료되더라도 금융시장과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6월말로 국채매입이 완료되더라도 보유 채권의 만기도래분을 재투자하는 정책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이 내비친 FRB의 출구전략의 로드맵은 FRB가 국채매입 종료 -> 만기도래 국채 및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의 재투자 중단 -> 정책성명문에서 ‘상당기간(for an extended period)’문구삭제->금리인상 등의 단계적인 수순이다. 그는 국채, MBS 등 FRB가 보유한 채권의 만기 도래 분을 채권매입에 재투자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옮겨가는 첫 번째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여부는 향후 몇 달 간의 인플레이션과 성장 흐름에 좌우될 것이라며 급속한 긴축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제리 웹맨 오펜하이머펀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만약 보유 자산 재투자에 대해 약간이라도 축소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시장에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FRB는 1, 2차 양적완화 조치로 사들였거나 예정인 국채ㆍMBS 등 자산은 2조3,500억 달러 규모. 이 가운데 만기 도래 채권은 월 140억 달러어치로 적지 않은 물량이다. 블룸버그가 최근 4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데 따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말쯤 FRB가 채권 재투자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보다 둔화된 1ㆍ4분기 경제성장(2%미만 예상)도 급속한 긴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날 FOMC회의에 보고된 중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1~3.3%로 낮췄다. 지난 1월의 전망치는 3.4~3.7%였다. 1월의 극심했던 일기불순과 일본의 대지진 등으로 인한 수출수요 위축 등에 따른 것이다.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3~1.7%에서 2.1~2.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또 하나 이날 회견에서 주목되는 것은 향후 정책금리 인상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버냉키의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FOMC의 정책성명문에 ‘상당기간에 걸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표현된 것과 관련, ‘상당기간’은 두세 번의 회의(a couple meetings)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FOMC가 연간 8차례 열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문구가 성명문에서 사라진다면 최소 3개월 이후에나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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