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의 힘 벤처캐피털] 4) 시장이 규제하는 美벤처캐피털

특혜·규제없어 철저한 책임경영 정착프로가 강한 것은 경쟁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프로를 인정하고 프로답게 키워내는 시스템과 환경이 필수적이다. 위기 속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미국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자기혁신과 자기관리를 하며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우리 식으로 제대로 세우기 위해 미국 벤처캐피털의 내부를 살펴봤다. ◆대부분의 VC는 유한책임회사 약 3,000개가 있다는 미국 벤처캐피털중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 벤처캐피털의 60~70%가 몰려있다는 실리콘밸리 지역이나 동부의 금융도시 보스턴에 있는 몰려있는 벤처캐피털 중에서도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된 곳은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전형적인 미국 벤처캐피털은 모두 다 유한책임회사 즉 Limited Liability Partnerships(LLPs)나 Limited Liability Companies(LLCs)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상장할 필요도 없고 상장할 이유도 없다. 설립과 청산이 간단할 뿐만 아니라 법인세와 자본이득세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할 이유도 없다. 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제정된 이래 현재 자본금 1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 형태의 벤처캐피털만 가능한 우리와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직접 설립한 VC는 퇴조 추세 80년대와 90년대 중반 미국에서도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벤처캐피털 설립이 한때 붐을 이뤘다. 벤처투자를 통한 자본이득보다 기술이나 마케팅 역량을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강화하기 위한 소위 코퍼레이트 벤처링(Corporate Venturing)이 유행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거의 없다. 대신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유망한 펀드나 유망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관리하는 펀드에 투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 벤처캐피털은 개인독립회사(Private Independent Firms)로 운영된다. ◆펀드가 먼저 조성되고 VC가 설립된다 벤처캐피털이 설립되고 펀드가 조성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펀드가 먼저 결성된다. 투자가(미국에서는 Limited Partner: LP)들이 펀드를 조성하고, 자신들을 대신해서 피투자업체를 선정하고 투자할 벤처캐피털 회사를 설립하거나 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운영하는 펀드에 참여한다. 투자에 따른 모든 권한을 벤처캐피털에 주는 대신 모든 책임도 벤처캐피털에게 묻기 위해서다. ◆장기 캐피털콜 방식의 펀드가 주류 5년 만기에 일괄적으로 결성되는 우리의 펀드와 달리 미국 벤처펀드는 보통 10년 만기에 투자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투자가가 투자하는 캐피털콜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올해 처음으로 벤처펀드에 투자하면서 캐피털콜 방식을 도입했다. 그래서 잠자고 있는 펀드 비중이 낮고 수익률도 높여준다. 굳이 우리와 같이 벤처캐피털 운용수수료를 기존 투자분에 대해서는 통상 2.5%, 미투자분에 대해서는 0.5%씩으로 구분하지 않고 펀드결성 금액의 3%를 통상 지불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펀드 중간해산 제도도 발달 만기까지 펀드해산이 불가능한 펀드가 대부분인 우리와 달리 투자자들의 요구나 결의에 따라 언제든지 펀드를 해산할 수 있는 것도 펀드 수익률을 높여주고 신규 펀드를 쉽게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목표수익률에 이른 펀드가 잔존기간이 얼마 남지않아 신규 투자가 사실상 어려울 땐 언제든지 해산한다. 그래야 높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고, 수익을 거둔 투자가가 새로운 펀드에 쉽게 투자하기 때문이다. ◆펀드 소진률이 최소 60% 이상 되야 신규 펀드 조성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대형 벤처캐피털이 아닌 경우 여러 개의 펀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조성된 펀드의 최소 60% 이상을 소진하고 기대수익률 만큼을 투자가에게 돌려줘야 다음 펀드를 결성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펀드를 충분히 사용하지도 않고 충분한 수익률을 가져다 주지않은 벤처캐피털에게 신규 펀드를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펀드를 운영하고 비슷한 투자전략을 취해도 펀드운영은 절대적으로 각각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도 우리와는 다른 관행이다. ◆M&Aㆍ구조조정 등 업무영역에 제한이 없다 미국 벤처캐피털은 모든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업무를 할 수 있다. 우리와 같이 M&A나 구조조정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M&A 펀드에 투자하거나 기업구조조정회사(CRC) 사업권을 획득해야 하는 의무가 전혀 없다. 미국 벤처캐피털의 대부분의 수익이 기업공개(IPO)보다 M&A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도 업무영역에 제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피투자기업 경영권 참여는 기본 피투자업체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 벤처캐피털의 피투자업체에 대한 경영권 참여는 기본이다. 유망한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투자를 계속하며 경영권을 더욱 강화한다.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벤처의 기존 대주주 지분률이 기업공개(IPO) 직전 통상 10% 미만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특별한 지원대책이 없다 우리나라에 규제가 많은 것은 그만큼 조세감면 등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소기업청(SBA)이 운영하는 펀드를 유치, 운영하는 소위 공적 벤처캐피털인 중소기업투자회사(SBIC)나 에인절 투자가의 장기투자분에 대한 자본이득세 경감조치 외에 일반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은 없다. 법인 형태인 펀드에 대한 이중관세를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하다. ◆투자가가 VC를, VC가 투자업체를 관리ㆍ감독하는 체제 특혜가 없는 만큼 벤처캐피털의 업무, 투자대상이나 펀드집행 등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그래도 미국 벤처캐피털 시장이 건전한 성장과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철저한 기업가 정신과 시장 위주의 체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 뒤에는 벤처캐피털이, 벤처캐피털 뒤에는 투자자들이, 투자자들 뒤에서는 이를 지켜보고 냉정한 판단을 해주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뗐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