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 당장 코 앞에 닥친 경제불황의 극복이 우선과제 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후 과연 무엇을 해 먹고 살아야 할지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도 이에 못 지 않게 중요하다. 현재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의 독주는 과연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해 8월 ‘10대 차세대 성장산업 을 선정했다. 기업 투자에 일종의 이정표를 만들어 준 셈이다. 10대 성장산업은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디지털TVㆍ방송 ▦차세대 이동통신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 의약ㆍ장기 ▦디지털콘텐츠ㆍ소프트웨어 솔루션 ▦차세대 전지 ▦차세대 반도체ㆍ지능형 홈 네트워크 등이다. 정부는 이들 산업에 앞으로 10년 간 약 11조원을 투입, 미래에 우리를 먹여 살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야심찬 목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일을 주도해야 할 관련부처 간의 밥그릇 싸움부터 문제다.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3개 부처는 사업선정 초기부터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정책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지원과 기반 조성은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청사진만 보고 따라 나설 기업이 얼마나 되겠냐는 목소리도 있다.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성장동력 산업은 단순히 부의 창출 뿐 아니라 선진국의 비전을 담고 기업의 공감대를 이끌어야 한다”며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화하고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미비점들을 후속과정에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