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베르너 회장 축출/감원·사업구조 조정 등 과감한 혁신/그룹 작년 흑자반전 이끌어위르겐 쉬렘프(52) 다임러 벤츠 최고경영자(CEO)의 2기가 열렸다. 그룹경영방침을 둘러싸고 자동차 사업부문 자회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경영자 헬무트 베르너와 벌였던 지난 2년간의 싸움이 쉬렘프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다임러 벤츠 그룹의 영업이익 15억달러가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낸 이익일 정도로 그룹에 톡톡한 공헌을 하고 있는 베르너가 축출되리라곤 아무도 생각못했던 일.
이로써 쉬렘프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모기업에 통합, 그룹의 구조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베르너가 사임한 며칠 후 쉬렘프는 그룹본부가 있는 슈투트가르트로 그룹내 1천3백여명의 최고경영진을 소집한 자리에서 다임러 벤츠의 구조조정 완결을 위해 참석자중 「수백명」이 곧 물러난다고 통보했다. 퇴직의 운명을 맞이한 이들의 상당수가 메르세데스 벤츠에 속해있음은 물론이다.
쉬렘프는 고비용과 방만한 경영에 허덕이는 독일기업들의 개혁을 이끌고 있다고 여겨지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독일 최대 복합기업인 다임러 벤츠의 구조개혁 성공여부가 독일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분석의 밑바탕에는 쉬렘프가 권좌에 오른 후 다임러 벤츠의 놀라운 변신이 깔려있다.
95년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쉬렘프는 그동안 수익성이 없는 12개 사업부문을 매각, 4만명을 삭감하면서 95년 40억달러의 손실을 보았던 그룹에 지난해 11억달러의 이익을 안겨주었다. 투자자들도 쉬렘프의 과감한 혁신작업에 주목하면서 그룹의 주가는 지난해 80% 급등, 주당 70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쉬렘프는 아직 그룹에는 도려내야 할 살이 많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부문인 테믹. 한 때 흑자로 돌아섰던 테믹은 지난해 또 다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쉬렘프는 테믹 경영진에 올 여름까지 적절한 회생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매각하는 길밖에 없다고 공표했다. 심지어 쉬렘프는 『개혁프로그램이 완결되면 우리는 두려울 게 없다』라고 외치며 경영자로써 좀처럼 성사시키기 어려운 임금삭감을 단행하기도 했다.
쉬렘프는 이제 그의 경영전략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베르너를 몰아냈다. 쉬렘프는 『베르너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모색했다』며 아쉬움을 표시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베르너의 퇴진으로 쉬렘프의 독단을 견제해줄 아무도 남지 않게 됐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지난 95년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차 프록젝트 방향을 놓고 쉬렘프가 베르너에 패배한 전력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베르너와 함께 했던 쉬렘프의 1기는 성공했다. 다임러 벤츠의 상승무드가 베르너가 없는 쉬렘프의 2기까지 이어질까.<이병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