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국감에 떠는 총수들… 대관 담당자들 죽을 맛

10일 시작… 신동빈·조현아·조양호 등 10여명 이상 증인 채택 가능성


A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는 요즘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이달 10일부터 시작되는 19대 국회 국정감사에 그룹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될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을 상대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담당자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땅콩 회항 사태 등으로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공론화된 탓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기업인에 대해 일종의 '군기 잡기'를 하겠다는 심리가 강한 듯하다"며 "실무 경영진이 증언해도 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그룹 총수의 출석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기업인들과 '무형의 딜'을 통해 총수를 부르지 않는 대신 차후 출판 기념회 등을 할 때 예년보다 구매하는 규모를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재계 총수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관 업무 담당자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기업인 줄소환이 예상되는 국정감사가 곧 시작되는데다 기업인에 대한 사정 당국의 옥죄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상임위원들이 사실상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부르려 하고 있고 이 중 직접적으로 거론되는 대기업 총수나 오너 일가 최고경영자(CEO)만도 10여명에 이른다.

대기업의 한 대관 업무 담당 임원은 "총선을 앞둔 직전 해마다 몸살을 앓는다"며 "출석을 하든 안 하든 일단 통보부터 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며 "지난달부터 거의 매일 국회에 가서 살고 있다.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총수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일정과 국감 내용에 대해 거의 매일 꼼꼼히 보고 받으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들은 국회 보좌관 등을 대상으로 출석을 최대한 피할 방법을 찾느라 어느 때보다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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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관 업무 담당 임원은 "국회의원들의 출판 기념회 등을 미리미리 체크하고 있다"며 "과거에 100권을 사줬다면 총선을 앞둔 올해에는 200권, 300권을 사주겠다며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통사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대기업 총수 가운데 국회 출석을 놓고 가장 관심을 사람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정무위원회는 신 회장을 불러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정무위뿐 아니라 면세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기획재정위원회로부터도 증인 채택 요구를 받고 있다. 다른 2∼3개 상임위원회도 출석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조 회장은 국감에 앞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이날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 불법파견 논란과 관련해 환경노동위원회 출석 요구를 받고 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거의 매년 국감 증인으로 거론되는 등 올해도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증인 신청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총수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비단 국감 증인 출석 요구만이 아니다.

비위나 비리 혐의를 받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오너들도 여럿 된다. 앞서 지난 5월 수백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려 해외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을 구속 기소한 바 있는 검찰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증원하는 등 사정 드라이브에 재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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