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FOMC 인내심 표현 삭제] "슈퍼달러 지속 땐 미국 경제 타격"… 금리인상 속도조절 시사

성장·소비전망 하향… 금리인상 예상폭도 낮춰

"인플레목표 2% 근접 합리적 확신서야 올릴 것"



"'인내심(patient)'이라는 단어를 제거한 것이 조바심을 보인다(impatient)는 뜻은 아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초저금리 유지를 약속하는 '인내심' 문구를 삭제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서둘러 올리지 않겠다며 비둘기적 신호를 쏟아냈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지속돼온 '제로 금리(0.0~0.25%)' 정상화의 길을 터놓되 시장 충격은 최소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이다. 특히 '슈퍼 달러'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연준 역시 환율전쟁에 발을 담그며 출구전략의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상 밖 비둘기적 신호=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내놓은 성명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여기까지는 시장의 전망대로다. 그동안 시장은 연준이 '인내심' 문구를 삭제할 경우 오는 6월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옐런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이 4월에는 없겠지만 이르면 6월에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크레디트스위스 등 일부 투자은행들도 연준의 실업률 하향 조정, 견조한 미 경제 회복세 등을 이유로 여전히 6월 금리인상설에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날 옐런의 발언이 조기 금리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명서에서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안내)를 바꾼 게 금리인상 시기를 정해놓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연준의 미 경제 전망이 다소 비관적으로 바뀐 게 눈에 띈다.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발표 때의 2.6~3.0%에서 2.3∼2.7%로, 내년은 2.5∼3.0%에서 2.3∼2.7%로 낮췄다.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지수(PCE)도 올해 전망치를 1.0∼1.6%에서 0.6∼0.8%로, 내년 전망치는 1.7∼2.0%에서 1.7∼1.9%로 각각 낮췄다. 이날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이 설 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설명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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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예상치가 대폭 낮아진 데 주목하고 있다.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0.625%로 기존의 1.125%보다 0.5%포인트나 낮췄고 내년 말도 2.5%에서 1.875%로 하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9월로 첫 금리인상 시기가 늦어지고 속도도 올해 안 0.25%포인트씩, 두 차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가 이날 FOMC 성명서 발표 뒤 미 정부 증권 입찰에 참여하는 월가 대형은행의 프라이머리 딜러 16명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질문한 결과 12명이 '9월 이후'를 제시한 반면 '6월'은 4명에 불과했다. 6일 조사 때는 7명만이 9월 이후를 제시했고 6월은 9명에 달했다.

◇연준, 환율전쟁에 참가하나=특히 연준은 이번 성명서에서 '수출 증가율 약화' 문구를 새로 추가하며 달러화 강세와 해외경제 부진의 악영향이 통화정책의 중대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달러화 강세로 수입물가가 낮아지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압력이 커지고 미 수출과 대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은 "달러 강세는 강한 미국 경기를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분명히 약화된 순수출이 올해 경제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발표 때보다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의 무역적자는 423억달러로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조기 인상할 경우 미 경제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이 마침내 환율전쟁에 눈을 돌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야누스캐피털의 빌 그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해외 성장 둔화와 강달러 우려가 연준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연준이 달러화 약세 유도를 통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환율전쟁이라는 특별한 갈등에 합류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당초 6월로 예상했던 금리인상 시기를 9월로 수정했다.

나아가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이날 "달러화 강세와 실망스러운 경제지표 탓에 올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방기금(FF) 선물시장의 투자가들도 올해 안 금리인상 확률을 50% 미만으로 보고 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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