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제개편안 ‘누더기’ 우려] 票겨냥 “세금 깍아달라” 홍수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을 골자로 한 참여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이런저런 이유로 변질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과 이해집단의 요구를 정부가 하나 둘 들어주다 보니 큰 원칙이 무너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승인까지 또 어떤 이유와 힘에 밀려 변질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이후 나라살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치권의 감세요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역구 챙기기 등으로 예산은 예산대로 더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정치권도 총선 의식=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감세안 발의나 정부안 수정요구를 하면서 내세우는 논리는 명확하다. 경기침체로 어려워진 중소ㆍ벤처기업 지원이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소기업이나 농어민 등 유권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심성`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실효성이 없다며 폐지를 결정한 중소기업투자준비금 등 각종 준비금의 손금산입제까지 기한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초 정부는 세제개편안의 취지를 `세원(稅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추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개편안은 그 취지를 반영하지 못했다. 올해 일몰제로 시효가 끝나는 조세감면제도 79개 가운데 겨우 12개만을 폐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 및 농어민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선거를 의식한 선심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년 균형재정 심각한 위협=서화ㆍ골동품 등 고가 미술품에 대한 과세, 가족에 대한 의료비 공제혜택 축소, 저축성 보험상품 비과세 기준 강화 등도 일부 의원 등 정치권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정부안대로 확정될 지는 미지수다. 이런 저런 감세요구를 수용하다 보면 세제개편안은 이곳 저곳에서 본래의 모습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세수감소로 이어져 올해는 물론 내년 이후 중기적인 균형재정 달성도 낙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가 1년만 연장되더라도 당장 8,3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창업중소기업세액 감면(1,300억원), 중ㆍ대형아파트관리비 부가세면세(1,000억원) 등도 세수에 차질을 빚게 된다. 올해 경기가 좋지 않아 내년도 법인세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재정사정은 더 열악해 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1% 늘어난 117조5,000억원이라는 초긴축으로 편성한 정부로서는 균형재정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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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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