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승유 하나은행장

하나은행이 초우량 일류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은행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단 대형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두 은행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개인은 물론 기업고객들이 은행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11년전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은행으로 전환해 보람은행과 충청은행을 흡수합병한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기준으로 국내3위의 대형은행으로 우뚝 선다. 관련기사- - - 남보다 앞선 경영혁신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국내 금융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서울은행과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자산 100조원의 대형은행으로 발돋움하지만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부족하다"며 "선진은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하나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행장은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의 카드사업부를 분리해 독립적인 카드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물론 독립적인 보험사를 신설하고, 증권부문도 대폭 보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서울은행을 인수하기로 한 실질적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 외환위기 이전에 서울은행은 우량 은행이었습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구조조정을 착실히 진행해 온 서울은행 직원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서울은행은 IMF 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 부실화 및 신용도 하락에 따른 영업력 위축을 잘 이겨냈습니다. 따라서 서울은행이 새로운 전기만 마련된다면 잠재적 성장 능력 및 수익창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합병을 제의한 것입니다. - 서울은행을 인수한 후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요. ▲ 3주간 서울은행을 실사한 결과 자산건전성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은행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위의 오해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서울은행의 자산건전성이 높아졌다고 양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난해말 제일은행과의 합병협상만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빨리 서울은행과 합병이 이뤄졌을 것입니다. - 앞으로의 합병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요. ▲ 본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빨리 합병절차를 마무리해 연내에 합병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또 전산통합 등 통합작업도 과거 충청ㆍ보람은행을 합병했을 때의 경험을 살려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 중복 점포나 인력 등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 중복 점포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점포는 정리해야 겠지만 중복점포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단순히 거리상의 기준이 아니라 고객구성, 수익성, 효율성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합니다. 요즘 수도권의 지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다시 말해 영업권이 바뀌었다는 얘기입니다. 중복점포를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새로운 상권으로 이전하면 인력문제 등은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 서울은행과의 합병으로 하나은행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시너지 효과는 무엇입니까. ▲ 무엇보다도 IT부문의 투자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IT부문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입니다. 하나은행은 투자금융회사에서 은행으로 바뀐 지 11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도 대부분 거액의 개인 고객입니다. 반면 서울은행은 하나은행과는 달리 많은 일반대중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은행이 합쳐지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합니다. 고객군이 합쳐지면 신용카드는 물론 증권대행업무, 부동산신탁 등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합병후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가 주가인데요. ▲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하나ㆍ서울은행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합병후 주가도 많이 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합병후 내년 EPS는 5,000원, BPS는 2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상 주가가 EPS의 6배, BPS의 1.5배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합병은행의 주가는 3만원 이상은 될 것으로 봅니다. - 합병후 최대과제를 지주회사 설립으로 삼고 있는데 지주회사 출범시기는 언제쯤이며, 그 형태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요. ▲ 앞으로 3~5년 안에 금융산업의 틀은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이제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서는 많은 고객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하나지주회사(가칭)의 출범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자회사들이 대형화되고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었다고 판단될 때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과거 한국투자금융 시절 증권인수업무 등에 탁월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특히 증권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이미 하나은행의 기업고객전담(RM)부문과 증권의 투자은행 담당그룹이 공동마케팅 및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증권, 보험분야를 하루 속히 대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은행이 보유한 교보증권 지분(13%) 외에 추가적인 인수계획이나 카드, 보험 등 자회사들의 대형화방안이 궁금합니다. ▲ 교보증권 지분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지분을 여기저기 보유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합병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에 대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입니다. 자회사 문제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만 우수한 인재들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드분야는 하나은행만으로는 독립할 규모가 아니지만 서울은행과 합치면 독립된 신용카드 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하나증권은 자금력과 마케팅능력은 뛰어난 반면 리서치기능이 약한 편입니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IT분야에 투자를 강화해 내갈 계획입니다. - 잇단 합병으로 하나은행의 특색이 없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과거 하나은행이 일반고객에게 신선하게 보였던 것은 상업적인 마인드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또 정보교류가 워낙 빠르다 보니 틈새시장이 갈수록 없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규모가 크지 않으면 전산투자도 못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해 차별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대담=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정리=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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