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복마전' 공무원연금공단

이병관 기자 <사회부>

“몇사람 비리를 갖고 공단 전체가 잘못된 양….”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하 공단) 전ㆍ현직 간부 3명이 브로커와 짜고 1,200억원대의 대출을 해주고 56억원을 뇌물로 챙겼다는 언론 보도가 15일 대대적으로 나가자 즉각 서울지검 기자실로 공단측의 항의 전화가 날아들었다. 내용인즉슨 살다 보면 몇몇사람이 ‘사고’ 칠 수 있는데 마치 공단 전체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개인의 도덕불감증이 불러온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대출 과정이나 알선 브로커 등 개입 인물을 찬찬히 뜯어보면 기금 운용 및 대출심사 전반에 대한 감독시스템에 구멍이 나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먼저 500억원 대출이 이뤄진 G시행사는 대출이 집행되기 두달 전에 공식 루트를 통해 공단의 대출심사를 신청했다가 떨어진 업체다. 특히 대출 알선 브로커 장모씨가 개입하면서 G사 대출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또 다른 건설시행사에서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된 공단의 2인자 격인 이모 사업이사가 당초 G사 대출건을 반대하자 박모 복지시설건설단장(구속)에게 접근, 끝내 일을 성사시킨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최종 대출승인이 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모 사업이사가 마음을 바꿔야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감독시스템이 있었다면 이 같은 일이 과연 가능할까. 아직 문제의 검은돈 56억원 중 40억원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브로커 장씨가 도주했기 때문이다. G사 대출을 처음부터 주도한 주범인 장모씨가 빠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몸통’은 건드리지 못한 꼴이다. 검찰이 그동안 공단 비리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른 바 몸통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씨는 도망 다니고 있다. 공단은 수조원의 공무원 돈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관리감독시스템에 대한 반성 없이 개인 비리로 치부하려는 공단측의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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