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공사장 폐기물서 예술적 영감 얻다

국립현대·금호미술관 등 공모·수상전 잇따라… 신진작가 실험정신·독창성 주목

조소희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존재론'' 등 신작들이 설치된 전시 전경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권용주의 ''폭포'' /사진출처=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1. 가느다란 명주실로 신발을 만들었다. 걷기는 커녕 신기도 어려워 보인다. 두루마리 휴지에 매일 타이핑을 했다. 기록물이라면 보관·보존성이 기능일 터이나 이것은 물만 튀어도 번지고 젖어 뭉개질 노릇이다. 작가 조소희는 이들 작품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존재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연약한 존재지만 누군가의 반복적 노력과 시간이 축적될 때 강한 존재감을 내뿜을 수 있다는 작가의 신념이 담겨 있다. 흰 실을 돌돌 말아 쇠공처럼 딴딴하게 만든 실꾸러미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2. 폭우에 지붕이 뚫려 물난리라도 난 것 같다. 쌓여있는 탁자와 문짝, 의자 위로 물이 콸콸 흘러 내린다. 권용주 작가의 '폭포'다. 작가는 싸구려 건축자재와 공사 폐기물 같은 버려진 것들을 이용해 일종의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이런 광경을 미술관에서 보게 될 줄이야. 작가는 이것을 "개인이 사회 안에서 생존하는 방식과 그 흔적"이라고 했다. 곱씹어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뜬금없는 작품들에서 창조적인 인재들, 혁신적 리더들은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한다. 특히 현대미술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기발한 표현방식을 보여주기에 관람객에게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 해법을 던져주기도 한다. 30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아이디어에서 창의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모전, 수상전이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금호미술관, 송은아트센터, 에르메스 아뜰리에 등지에서 연이어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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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회 송은미술대상전의 최종후보로 선정된 조소희와 도수진, 이진주, 전소정 등은 압구정로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내년 1월말까지 신작을 선보인다. 공간과 건축구조물에 관심 많은 도수진은 아파트, 대형마트, 러브호텔, 고시원 등을 다양한 색과 재료로 재구성해 전혀 다른 곳으로 느껴지게 설치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진주는 자질구레한 일상의 사물들과 얼굴을 가린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을 통해 "개인적 경험이지만 공감가는 기억이 있을 만한 부분"을 자극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2전시실에서는 신진작가들의 실험정신과 독창적 작품을 소개하는 '젊은모색 2014'전이 16일 개막했다. 미술관 학예사들이 추천하고 수차례 선정위원회를 거쳐 엄선된 작가 8명은 권용주를 비롯해 김하영·김도희·노상호·조송·윤향로·오민·김웅용으로 서양화,한국화,설치,영상,퍼포먼스 등 장르도 제각각이다.

국내 전시들 중 가장 전위적이라고 꼽힐 만한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전시도 19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후보자로 발표된 슬기와민, 여다함, 장민승이 그간 준비한 신작을 선보인다. 프랑스 명품브랜드 에르메스 재단은 지난 2000년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 한국 미술계 지원을 위한 미술상을 제정했고 상 이름도 우리말 '미술상(Misulsang)'을 그대로 사용한다. 김범·박이소·서도호·박찬경·구정아 등 세계적 예술가들이 수상을 계기로 도약했다. 같은 날 금호미술관도 '금호영아티스트 2014'전시의 막을 올린다. 전시장 각 층을 곽이브, 백승현, 장종완, 황지윤 작가의 개인전으로 채운다. 잘 차려진 미술의 성찬을 맛보며 향후 미술판을 이끌 '블루칩'이 누구일지 가늠해 볼 수도 있는 알짜 전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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