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경부 “인사태풍 오나” 불안ㆍ기대

고건 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인준을 앞두고 정부 중앙부처들은 신임 장관 후보를 맞을 준비로 부산하다.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이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인사적체가 심한 경제부처들은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편 막판까지 2~3명의 후보가 경합중인 부처의 경우 후보군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특히 아직 장관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부처들은 후보별로 `장관용 명함`을 따로 준비하는 한편 해당 후보의 성향에 따라 취임사를 미리 작성하느라 분주하다. 재정경제부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이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재경부 관료들은 “훌륭한 선배가 오신다”며 반기면서도 곧 휘몰아칠 세대교체의 `인사태풍`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 실장은 행정고시 13회로 전윤철 현 부총리보다 무려 9기수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인사 및 업무추진의 서열을 중시하는 공무원 사회에서 옷을 벗을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행시 12~15회 사이의 1급 이상들은 다음 자리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인 반면 젊은 국장급 인사들은 인사적체가 해소되고 공직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차관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1급과 국장급들의 세대교체 폭이 결정될 것”이라며 “세대교체가 너무 급작스럽게 이뤄져 한창 일할 나이의 유능한 인재들이 퇴장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박봉흠 차관이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무에 밝고 친화력이 뛰어나 최적임자`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예산처 공무원들은 박 차관이 행시 13회로 예산처에서 최고 선임자인 탓에 재정경제부처럼 `인사태풍`은 없을 것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 예산처의 경우 현재 1급과 국장급들이 행시 14회 이하다. 따라서 특히 박봉흠 차관에 이어 부처내에서 연쇄 승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기획예산처의 한 국장급 인사는 “박 차관이 조직원 개개인과 업무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김진표 부총리 내정자와는 행시동기지만 두 분이 모두 합리적이기 때문에 업무협조도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오영교 KOTRA 사장, 최홍건 산업기술대 총장 등 두 명의 전직 차관과 함께 권기홍 영남대 교수가 막판까지 유력한 장관 후보로 거론됨에 따라 권 교수의 성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오 사장이나 최 총장에 대해서는 과거 차관으로 호흡을 맞춰 본 반면 권 교수는 그저 소득분배론 문제에 정통한 경제학자로만 알려져 있기 때문. 따라서 권 교수가 장관으로 올 경우 무역ㆍ산업ㆍ자원문제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는 눈치. 이 때문에 산자부 공무원들은 오 사장이나 최 총장이 낙점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건교부 추병직 현 차관의 장관 기용설이 유력한 탓에 다른 부처에 비해 아주 밝은 표정들이다. 특히 건설교통부 사상 처음으로 차관의 내부 승진이 유력시되는 데다 연쇄 승진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문제로 논쟁이 되고 있는 경인운하사업과 북한산외곽순환도로 건설을 비롯해 경부고속철도 2단계 시공, 철도청 민영화, 행정수도 이전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업무에 밝은 인사의 내부승진을 무척 반기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김명자 환경부 장관의 기용설에 대해서는 `건교부 업무를 간과한 보여주기 인사`라며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정통ㆍ과기부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과 안문석 고려대 교수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누가 장관으로 오든 `환영`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 진 사장의 경우 국내 최고 기업의 전문가라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IT산업 육성을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안 교수도 전자정부특별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국가ㆍ행정정보화 부문에서 능력을 검증 받아 정통부를 무리없이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과기부도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다. 현재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장과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모두 과학기술계 인물인데다 업무 문제로 과기부와 수시로 접촉해 왔기 때문이다. 노동부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개혁적인 노동 철학과 부합하고 추진력도 갖춘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무부서의 한 과장은 “여러 분이 거명되고 있는데, 개혁성향은 노동계 인사들이 강하지만 경영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경험이 풍부한 분이 오는 게 좋다”고 희망했다. 한 국장급 인사는 “노동계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교수 출신 보다는 관료나 노동계 인사가 낫다”며 “당장 두산중공업 문제에다 주5일 근무제 입법, 비정규직ㆍ외국인노동자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이 같은 난마를 풀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경유승용차 문제와 수도권 대기질 개선 등 현안이 쌓여 있지만 김명자 장관이 쌓아놓은 토대 위에서 신임 장관도 원만히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3년8개월간 환경부를 이끌어온 김 장관의 건설교통부 장관 기용설과 환경부 장관 유임설이 동시에 흘러나오자 상당히 고무된 모습을 보이기도. 그러나 유력한 장관 후보로 거론돼 온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지역구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이만의 차관이 장관에 발탁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새 장관에 김화중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다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새 장관으로 김화중 의원이 유력시되자 김 의원에 대한 프로필을 서둘러 준비하기도 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하마평이 분분해지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농림부 신임 장관으로 김영진 민주당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내부 인사의 유임이나 승진도 고려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꺾이면서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김 의원은 농민단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 농업정책을 추진하는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강금실 변호사가 사실상 법무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일선 검사들은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 `소장판사 출신`, `젊은 40대` 등 강 변호사의 파격적인 면면을 화제로 인사ㆍ조직 등 여러 면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당혹감을 느꼈으나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고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전성은 거창 샛별중 교장의 교육부총리 유력설이 주춤해진 대신 오명 아주대 총장 내정설이 나돌자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며 담담한 반응이다. 직원들은 특히 지난 며칠간 교육부총리 후보가 `개혁`과 `안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점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파격적 인사`에 대한 이해를 구한 점 등을 거론하며 막판에 제기된 `오 총장 내정설`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제부종합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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