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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한옥'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주목받았던 일명 '한옥 아파트'가 자취를 감췄다. 상대적으로 비싼 설계·시공 비용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긴축경영 탓에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LH에 따르면 2010년 LH가 사랑방과 다실(茶室) 등을 포함한 '한옥 아파트 평면'을 개발했지만 이후 단 한 건도 실제 아파트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LH는 '한국형 LH 주택' 평면을 개발한 뒤 경기 하남 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을 시작으로 시흥 목감지구 B1블록과 전주 덕진구 만성동 저층형 한옥 공동주택마을 등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높은 비용 문제 등으로 실제 시공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옥아파트를 도입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감일지구의 경우 지상물 등 관련 소송으로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며 "(한옥 아파트를) 다시 진행할 계획은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 역시 2011년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에 들어선 '목포 우미 파렌하이트' 이후 한옥 평면을 적용한 아파트는 전무한 상태다. 당시 우미 파렌하이트는 전용 127㎡를 '한(韓) 스타일'로 설계해 사랑채 공간과 툇마루를 적용했다. 이 타입은 1.15대1의 청약 경쟁률로 1순위 마감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오는 7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마포구 용강2구역 '래미안 마포 리버웰'의 경우 한옥공원과 놀이터, 커뮤니티시설을 만들긴 했지만 가구 내 평면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한옥 아파트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불경기 속 너도나도 낮은 분양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건축비용이 더 높은 한옥 평면을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LH에서 한옥 평면 도입을 사실상 백지화한 이유도 지난 2013년 부채가 142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지속적인 부채 증가로 원가절감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LH 관계자는 "지속적인 수요 조사를 통해 (한옥 평면을) 발전시켜야 했지만 회사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원가절감을 하기 위해 과도한 양식은 지양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한옥 스타일로 지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환금성과 분양가까지 꼼꼼하게 따지게 된다"며 "여전히 살고 싶은 집과 실제로 구입하는 집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