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23부(김경종 부장판사)는 15일 경찰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허위자백해 구속됐다가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불기소처분된 신모(22)씨와 이모(24)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국가는 원고 1인당 1천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함께 절도했다는 자백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했는데도 경찰조서에는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며 "원고들은 검찰송치 이후 일관되게 경찰에서 맞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 상처가 발견됐으며 구속후 두사람이 자백을 뒤집기로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보면 구타와 가혹행위 때문에 허위 자백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처럼 가혹행위를 당하고 20일간 구금돼 수사를 받느라 자신과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적지 않은 변호사 비용이 들었으며 재판상 무죄가 선고된 경우와 달리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때에는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하면 위자료는 1천만원씩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2002년 3월 자신이 과거 일했던 신문 보급소에서 절도가 발생했는데 당시 목격자가 있다며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 연행된 뒤 혐의를 부인하다 "교통사고 합의금이 필요해 이씨와 짜고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며 뒤따라 연행된 이씨도 처음에는범행을 부인하다 시간이 지난 뒤 "유흥비가 필요해 신씨와 범행했다"고 진술, 모두구속됐다.
그러나 신씨 등은 경찰서 유치장에 찾아온 가족과 친지들에게 "경찰에서 많이 맞아 거짓자백을 했다"고 진술한 뒤 변호인을 선임해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으며 검찰은 3개월 뒤 원고들의 자백이 다른 증거와 어긋나고 목격 진술만으로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