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너사의 주가조작 사건은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전직 증권사 직원들이 합법적인 금융행위를 가장해 가담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이 두 곳의 CRC(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로부터 주식을 넘겨 받는 과정에서 이들 CRC의 혐의가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CRC의 도덕성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이번 사건은 그 규모와 방법 등에서 근래 보기 힘든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들은 1년동안 4개 종목에 대해 주가를 조작하면서 26개 증권사 141개 지점에 325개 계좌를 개설했고 이를위해 1,588억원의 자금을 동원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취득한 총 이익은 865억원에 달했다.
주가조작 방법 역시 치밀했다. 증선위가 밝힌 혐의내용에 따르면 시세조종 전력이 있는 전직 증권사 직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구조조정 대상기업인 S사 주식의 시세조종을 위해 2002년 2월 CRC업체인 디바이너를 설립했다. 이후 S사로부터 제3자 유상배정방식으로 지분 100%를 확보했고 또다른 구조조정 대상회사인 B사와 K사의 지분을 보유한 두 곳의 CRC로부터 지분을 넘겨 받는 등 주가조작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했다.
이들은 이렇게 확보된 주식을 유통물량을 통제, 주가를 끌어올렸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코스닥 등록기업 H사 주식에 대해서도 등록직후 단기차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세조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자체자금 없이 증시주변 사채업자와 투자자들과 연계해 유상청약주식의 사전예약매매, 청약주식의 담보대출, 주담보계좌 설정 등으로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시세조종에 따른 원가분석과 목표주가 설정, 매수세 유인, 고가매도 방법 등 시세조종행위의 전반적 과정에 대한 철저한 사전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내부세력간의 내분으로 S사 주식매매와 관련된 215억원의 미수금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CRC를 이용한 주가조작사건으로 그 방법과 규모면에서 대규모라 할 수 있다”며 “이번에 주식을 넘겨준 다른 CRC에 대해서도 검찰에 참고자료 형식으로 넘겼기 때문에 조만간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