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냄새 귀신' 중국인도 몰려가는 한국기업
[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대륙에 도전장 내민 한화태양광 1등 기업 담금질… '마의 벽' 보험시장도 뚫는다태양광 현지업체 인수·적극 투자중국과 합작보험사 연말께 출범설계서 마케팅까지 현지화 총력서비스·레저사업 진출도 잰걸음
항저우(저장성)·치동(장쑤성)=
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중국 경제를 선도해온 동부 연안지역의 저장성 항저우(杭州)시. 이재에 밝아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상인의 주무대인 이 지역은 급성장하는 중국의 부(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다. AIA, 프루덴셜 등 세계 굴지 보험사들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는 이 곳에 도전장을 내민 금융회사가 있다.
바로 한화의 대한생명이 저장성 국제무역그룹과 합작으로 5억위안(9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중한런쇼우보험공사(中韩人寿保險公司ㆍ가칭)다. 올 연말 영업 개시 준비에 한창인 이 회사의 리카이?? 상품계리파트 과장은 "보험 노하우가 풍부한 한국의 대표 보험사가 중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며 "패기 있는 젊은 이들로 구성된 조직이라 희망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리 과장을 포함해 30여명의 모든 현지인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침 일찍 출근, 근무가 시작되기 전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직원들 책상마다 한글 자ㆍ모음이 적힌 글자판이 눈에 띈다. 한국 주재원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보다 팀워크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보다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구돈완 합작법인 설립준비팀장은 "수입 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5위인 중국 시장은 고속성장에 따른 개인 소득 증가, 노령화 사회 진입 가속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며 "상품 설계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 인민 속으로 파고 들겠다"고 밝혔다.
저장성 1호 외자사로 출범하는 이번 합작 생보사는 저장성을 중심으로 중국 최대 경제벨트인 주강 삼각주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이른 시일내 상하이, 장쑤성, 쓰촨성, 동베이 3성 등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메트라이프 등 굴지 외자 보험사들이 앞서 중국에 진출했지만 기존에 있던 상품의 우수성만 믿은 나머지 정작 중국 시장에 융화할 수 있는 현지화 상품 및 서비스에 실패함으로써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화는 이같은 선진 보험사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중국 시장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저장성과 북쪽으로 인접해 있는 장쑤성 치동(启东)시. 이 곳에는 한화가 중국 정부의 친환경 신에너지 개발정책에 맞춰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태양광 패널 회사인 '한화 솔라원'이 있다. 지난 2010년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중국 태양광회사인 '솔라펀파워 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고 한화그룹 가족으로 편입시켰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발전을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산업 발전 인프라 건설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현재 세계 톱 10 태양광 패널업체 대부분이 중국업체다. 한화가 중국에서 중국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미래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현재는 패널 공급 과잉으로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산업 구조조정 이후 관련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장기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고속 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기존 원유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할 신에너지 개발이 절대 과제라고 보고 관련 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솔라원의 안태환 제조혁신부 부장은 "연말까지 공정 병합 등 표준화, 합리화를 통해 셀(태양전지) 공장 인력을 30% 줄이는 등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태양광 패널 생산 규모는 1.5GW로 지난해 기준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한화는 태양광 소재인 잉곳과 웨이퍼 생산에서부터 발전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산업의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으며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업계를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중국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기존에 진출한 제조 부문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ㆍ레저 등 미래 주력 부문을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11년 6월 중국 본부인 한화 차이나를 출범시켰다. 제조ㆍ무역 부문은 한화솔라원의 태양광사업, 한화케미칼의 닝보 PVC 공장, 한화 L&C의 베이징 자동차 부품 공장을 중심으로 중추적인 글로벌 생산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부문은 영업을 앞두고 있는 보험사를 주축으로 한화증권이 PEF 운용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비스ㆍ레저 부문은 한국과 같은 빈센 베리스 커피 체인 등 외식 및 단체 급식 사업의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