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훼미리마트의 헛바퀴 '상생방안'

전국에 6,900개 체인을 운영하는 편의점업계 1위 보광훼미리마트가 27일 가맹점주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자사 가맹점포가 운영 중인 상권 50m 이내에 신규 점포를 열지 않고 100m 이내에는 인근점포 점주에게 운영 우선권을 부여해 복수점 운영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도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외적으로 상생협력 방안을 공표함으로써 이를 실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 내놓은 실천 내용을 보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게 없어서다.


우선 5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는 편의점업계에서는 정설로 통한다. 담배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담배 판매는 상점당 50m씩 거리를 두고 판매할 수 있게 돼 있다. 편의점 한 점포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20%, 많게는 40%에 달하는 효자 상품인 담배를 포기하고 신규 점포를 낼 점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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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50m 정도 거리를 두고 담배권을 획득하고 있어 해당 거리 내에서는 출점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100m 내 복수 출점도 이미 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다. 세븐일레븐과 GS25의 관계자는 "100m 이내 출점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 점주에게 복수점 운영 제안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편의점업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업계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내용으로 갑자기 상생 선언을 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훼미리마트 측은 "이번 방안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대외 발표로 실천 의지를 다진다는 긍정적인 조치로 봐달라"고 말했다.

가맹점주 보호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당연한 의무다. 이를 본사의 이미지 개선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명문화하지 않았을 뿐 업계가 암묵적으로 정한 규칙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발표한 것은 기존 가맹점주를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

훼미리마트 측이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조만간 제대로 된 상생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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