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명경영이 경제4강 지름길

■ 전문가 100명 설문증시 저평가이유 "지배구조 불신탓" 지적 >>관련기사서울경제 창간42주년 특집 분식회계는 항상 국가경제의 비운(悲運)을 불렀다. '10년 장기호황'을 누려온 세계최강 미국경제는 분식회계로 흔들리고 있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버블붕괴와 함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우리의 외환위기도 금융ㆍ기업들의 투명하지 못한 경영이 원인이었다. 불투명한 경영은 해당기업을 무너뜨리고 국가경제까지 흔들어놓는다. 분식회계가 근절되고 투명경영이 뿌리내려야 하는 이유다. 투명경영의 중요성, 우리의 현주소, 해결과제 등을 시리즈로 진단해본다. '기업들의 투명성만 높아지면 한국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1,200~1,500포인트까지 상승한다.' 서울경제가 창간 42주년을 맞아 국내진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금융회사ㆍ기업 임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투명성 수준'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이같이 응답했다. 1,5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40%, 1,200포인트는 무난하다는 응답이 34%에 달했으며 2,000포인트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6%나 됐다. 이들은 IMF사태 이후 한국의 투명성 개선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한국증시가 '아직 저평가(응답자 70%)돼 있다'며 저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기업지배구조와 투명성 미흡(44%)'을 꼽았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믿을 수 없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투명성에 관한 한 미국보다 먼저 훨씬 혹독한 경험을 했다. 환란과 IMF관리체제가 그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회계기준의 글로벌스탠더드화, 공시제도 강화, 주주이익 우선 경영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가 그렇고 회계조작, 재벌그룹의 계열사간 변칙 내부거래, 증시 불공정거래행위도 빈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의 투명성 수준은 외국인들로부터 아직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 불투명성은 시장의 불신을 가져오고, 이는 자금이탈 등 한순간에 시장을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뒤바꿔놓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5개월 전만 해도 세계 펀드매니저들로부터 그 어느 나라 것보다 신뢰를 받았던 미국기업의 수익은 이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전락했다(메릴린치증권 조사 결과). 또 미국 금융시장은 증시하락, 달러약세, 국제자금 이탈 등이 맞물려 지극히 불안한 모습으로 대공황 당시의 양상과 비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경영투명성이 미국에서 불거져 세계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 제고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광선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은 "미국의 잇따른 회계 스캔들로 투자잣대로서의 기업투명성 비중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불투명하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시장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던 로이 홍 조흥투신운용 사장은 "미국에서 투자자금이 이탈조짐을 보이면서 이 돈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지만 현재의 투명성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얘기"라며 "지금부터라도 생존 차원에서 투명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투명경영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말이다. 이용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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