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법주민번호계좌 100만개의 충격

금융기관의 주민등록번호 오류 고객이 65만명에 이른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책은행과 지방은행 그리고 시중은행 가운데는 국민은행만의 오류 고객이 이 정도라면 나머지 시중은행을 모두 합할 경우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1인당 계좌수가 1.6개인 점을 감안하면 오류계좌는 100만개를 넘을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금융실명제 아래에서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주민등록번호 오류 고객 가운데는 법원을 통해 정정소송을 낸 후 금융회사의 채권추심을 따돌릴 수 있도록 악의적으로 옛 주민등록번호을 말소하는 신용불량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만개나 되는 주민등록번호 오류 계좌의 상당수는 도리어 은행들의 묵인 아래 자행되는 도명계좌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투명한 금융거래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금융실명제 아래서 주민등록번호는 이름과 함께 개인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미국에서의 사회보장번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주민등록번호는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에 이르는 거의 모든 금융거래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거래자의 악의적인 `신분세탁`이든 예금유치를 위한 금융회사의 묵인이든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신용불량자가 340만명을 넘은 마당에 정상적인 신용회복 방식이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는 편법으로 버젓이 금융거래를 계속한다면 이는 신용불량자의 확대재생산을 초래해 금융회사의 손실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전산망을 국가 전산망과 연계시키는 방안이 우선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행정기관이 주민등록을 발급할 때 금융거래 기록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회사들도 국가전산망과의 연결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눈앞의 이득을 위해 미래의 손실을 방치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본인확인 작업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카드규제 완화와 신용불량자 채무 면제 등의 조치를 놓고도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신용불량자의 불법ㆍ탈법 행위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니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오류계좌가 이렇게 많은 것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 단순히 신용불량자의 탈법행위차원을 넘어 금융실명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제도적 방지책과 함께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관련기사



정문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