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경제 43주년]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3-1. 신뢰 경영의 현장을 가다 (3) 삼성SDI

“유리알처럼 투명한 회계요? 그 정도로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인정받기 어렵죠. 우린 `유리알`을 넘어 `현미경 회계`를 추구합니다. 삼성SDI의 재무회계 책임자인 CFO 이정화 전무는 “한 치라도 허튼 회계처리가 있다면 결코 글로벌 시장에서 일류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99년 글로벌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 `분기별 연결회계시스템`보다 한층 엄격한 `월단위 연결회계시스템`을 도입했다.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켓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의 요건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유리알` 뛰어넘은 `현미경 회계`= “월단위 연결회계시스템을 도입할 때 회사 안팎의 우려가 컸습니다. 회사의 돈 흐름이 손금 드러나듯 투명해지는데 따른 부담 때문이었지요.” 인력과 비용을 과도하게 투입해 정작 기업 본연의 업무를 진행하는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지 등등 `쓸데없는 분란거리`나 만드는 것은 아닌가라는 안팎의 지적들이 적지않았다. 이어지는 이정화 전무의 설명. “(우려와 달리) 회계의 투명화로 삼성SDI에는 새 살이 돋고 새 피가 돌게 됐습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우리의 월단위 연결회계시스템을 `모래알 회계 또는 현미경 회계`라고 불렀어요. 한 치도 틀림없는 회계라는 칭찬이겠죠.” 삼성SDI 특유의 월단위 연결회계시스템은 `유리알`을 넘어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것 같은 투명성을 자랑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삼성SDI는 지난 99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법인을 통합 연결하는 월단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이는 매월 발생하는 손실과 이익, 매출 등을 그때 그때 확정하기 때문에 연말 결산때 손익 등의 여러 계수를 조종할 수 있는 부정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자발적 조치다. 도입 당시엔 회사 내부에서 조차 우려할 정도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삼성SDI의 회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한결 같은 평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실시간 환율 개념과 시점간 환율평균 및 다통화 체제를 모두 포괄해 작성한 개별재무제표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는 회계자료를 제공해 큰 호응을 받았다. ◇분식회계는 원천 봉쇄= 월단위 연결회계시스템과 함께 삼성SDI의 `현미경 회계`를 일궈낸 주역은 96년에 도입한 ERP(전사적자원관리)이다. 삼성SDI는 세계적인 ERP업체인 독일의 SAP의 ERP시스템인 SAP-R3를 사들여 자사의 실정에 맞게 완전히 새롭게 프로그래밍했다. 서구기업의 상황을 전제로 한 SAP-R3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삼성SDI는 사내 전산전문가들이 총동원돼 1년이 넘는 기간을 매달린 끝에 `토착화한 ERP`를 만들어 냈다. 초기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랐다. 시스템을 새로 익혀야 하는 일선의 구매ㆍ판매ㆍ관리 부문의 직원들은 두 배로 늘어난 업무량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따라서 손발이 맞지 않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ERP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국내외 사업장의 재고와 자금흐름은 물론, 생산능력과 시장동향까지 실시간 파악이 가능해져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또한 과거에 만연했던 생산 및 재고에서의 눈속임이나 자금흐름의 분식 등의 `종양`도 완전히 도려냈다. 이정화 전무는 “삼성SDI는 ERP를 통해 투명한 기업, 건강하고 강한 기업으로 완전히 거듭났다 ”고 말했다. 이 같은 투명화 노력은 기업실적으로 직결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세계적인 IT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6조6,339억원의 매출과 5,8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3년 연속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주주중시도 `최우수`= 삼성SDI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가동해 감사업무의 공정성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10년간 적정의견을 받고 금융감독원 감리에서는 단 한차례도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회계학회는 이를 높이 평가해 삼성SDI에게 `제2회 투명회계대상`을 수여했다. 삼성SDI는 고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적극 나서는 등 주주중시경영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온라인을 통한 주주와의 정보공유 확대가 큰 호평을 받았다. 이 회사는 사이버 IR(기업설명회)를 강화하는 한편, 협력사와의 거래에 수반되는 모든 정보를 인터넷상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구매 포털 사이트인 SDIBUY(www.sdibuy.co.kr)를 개설, 주주들이 기업활동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노력을 높이 사 2001년 삼성SDI에 `주주중시 최우수 기업상`을 주었다. "환경투자는 돈버는 사업" 삼성SDI는 환경투자를 `돈 버는 사업`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경과 관련되면 기업으로서의 의무, 부담 쯤으로 여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환경투자에 나서 수익 사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삼성SDI의 환경경영을 선도하는 조직은 김광하 상무(부산공장장)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녹색경영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매월 또는 매분기마다 사업장 전임원과 부서장들이 함께 모여 사업장내 환경문제를 토의하고 시정계획을 마련한다. ▲폐기물 실명제를 통한 분리수거 강화 ▲폐기물 종량제 실시 등이 이 위원회의 `작품`이다. 삼성SDI는 실명제와 종량제 실시로 폐기물의 연간 발생량을 50%로 줄이고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매년 연간 수 십억원의 이익창출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환경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점검반`을 편성했다. 김 상무는 “점검반은 사업장을 순회하며 불필요한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샅샅이 찾아내 7,000여톤의 폐수를 절감하는 결실을 맺었다”며 그 성과를 설명했다. 삼성SDI는 환경친화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바이오 필터 시스템(Bio Filter System)을 적용한 생물학적 처리장 신설, 대기방지시설 증설 등 설비개선과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신기술 도입, 청정연료 대체를 통한 오염물질 배출억제 등은 모두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미래를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삼성SDI는 이밖에 동력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1996년부터 벙커C유에서 청정연료인 LNG로 대체했고, 에너지 절약 5개년 계획을 수립했으며, 태양열 집열판 설치 및 폐열 재활용등 환경 개선활동을 다채롭게 펼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감축을 위한 자발적 에너지협약(VA) 및 녹색조명운동(GEF)에 가입과 절전형 조명기구 대체를 통한 녹색에너지 절감활동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김순택 삼성SDI사장은 “환경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환경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생명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소극적인 환경투자보다 적극적인 환경경영을 펼쳐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사회공헌사업] 시각장애인 2,100명 `잃어버린 빛` 찾아줘 올해 97세인 남봉순 할머니(서울 강서구 마곡동)는 요즘 평소 좋아하는 TV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어 마냥 즐겁다. 남 할머니는 지난 여름만해도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처지였다. 5년전 느닷없이 찾아든 노인성 백내장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할머니는 수술만 받으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의탁할 곳조차 없는 상황에서 수술이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이 때 `햇살`같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곳이 바로 삼성SDI. 남 할머니는 두 차례의 개안수술 끝에 지난 7월 시력을 되찾았다. ◇“잃어버린 빛을 찾아준다”= 삼성SDI는 생산 제품이 브라운관ㆍ플라즈마디슬레이패널(PDP)ㆍ유기EL 등 사람의 `눈`과 관련된 디스플레이 제품이라는 점에 착안, 지난 95년부터 영세민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시력을 되찾아주는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혜자가 총 2,100명에 달한다. 무료개안사업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100여명에게 개안수술을 시술한 `움직이는 안과병원 버스`. 이 버스에는 X-Ray기, 레이저 치료기 등 첨단 의료장비와 진료실, 수술실, 검안실을 갖추고 안과 전문의 2~3명과 간호사 5~6명, 검안사 1명이 동승해 버스 안에서 곧바로 개안수술을 실시할 수 있다. 이동버스는 매월 5~6회, 평균 15일 동안 농어촌과 섬마을ㆍ산간지역을 순회하며 영세민과 무의탁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시력을 되찾아 주고 있다. ◇사랑실천도 회사와 함께= 삼성SDI는 또 `사랑의 빛 펀드`라는 사회공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3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펀드는 임직원이 기부하는 후원금과 동일금액을 회사도 함께 출연하는 일명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시각장애인이 있는 120세대의 생계비(굿네이버스) ▲정신ㆍ신체 지체 장애우, 버려진 노인 생활비 지원(오순절 평화의 마을)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의 보육비 지원(선재동자원) ▲저소득층 아동 지원(천안공장-파랑새 학교) ▲65세 이상의 신체, 정신, 정서장애와 시각, 청각장애 노인 지원(수원공장-효경의 손길) ▲불우 독거, 시각장애 노인 지원(부산공장)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전체 임직원의 1/3에 해당하는 2,475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총 4억7,000만원의 기부금이 적립돼 비영리 기관과 영세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되고 있다. 삼성SDI 인력개발팀장 박영우 상무는 “삼성SDI는 업종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사업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봉사활동 참여로 경제적,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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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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