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예술로 승화한 여성에 대한 차별·편견

이집트 작가 가다 아메르 개인전


지난 2011년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에 맞섰던 민주화 혁명. 그 과정에서 진압 경찰에게 발길질을 당해 쓰러진 여성의 옷이 벗겨져 파란 브래지어가 노출되는 장면이 영상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우연히 이 영상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이집트 출신의 작가 가다 아메르(Ghada Amerㆍ50ㆍ사진)는 물리적 폭력을 감수하면서 민주화를 부르짖은 이 여성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당시 작업 중이었던 대형 브론즈 조각에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The Blue Bra Girl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상을 받은 가다 아메르가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미국과 프랑스 등 현대 미술의 중심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붓 대신 실과 바늘로 캔버스를 꿰매는 이색적인 작업으로 국제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포르노 잡지에 나오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차용해 자수(실)와 바늘로 표현하고 아크릴 액체나 수채화 물감을 뿌려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는 "2000년 우연히 이란 출신의 작가 레자 팔콘더와 협업하면서 자수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과정을 즐기게 됐다"며 "바느질이라는, 어떻게 보면 여성 고유의 행위를 통해 여성 자신의 삶과 꿈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여성에 대한 참조사항'이다. 팔콘더와 공동 작업한 자수회화 4점과 율동미가 돋보이는 브론즈 조각 4점을 통해 작가는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억압받고 살아가는 여성의 사랑과 삶을 예술로 승화한다. 사랑을 의미하는 100개의 아랍어 단어를 검은 '돌멘(일종의 고인돌)'처럼 꾸민 작품, 포옹하고 있는 두 연인을 조형화한 작품 등은 여성의 감수성을 마치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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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페미니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작업을 규정하고 싶지 않다"는 작가는 "오랜 세월 여성들이 사용해온 실과 바늘이라는 매체를 재료로, 여성의 상처를 꿰매는 것은 물론 여성의 권익을 표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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