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의 책임전가(사설)

정부가 자성은 커녕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이후 외환위기가 계속되자 책임을 정치권과 언론에 전가하고 있다.정부의 무능과 위기관리능력 부재를 호도하고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여전히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IMF신탁통치에 들어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실책때문이다. 그동안 위기신호가 나타나고 그에 대한 무수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억지 낙관론으로 현실과 엇나가는 정책을 펴왔다. 실효성없는 정책에 실기하기 일쑤였다. 결국은 IMF에 경제주권을 내줬다. 이후에도 IMF와의 협상 내용을 숨기고 이행 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행태를 계속해왔다. 외채 통계는 파악조차 못해 엉터리였다. IMF나 미국의 불신과 신뢰하락은 바로 이같은 정부의 부정직과 불투명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외신인도 하락과 외환위기의 원인이 정치권과 언론에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IMF조건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되 우리 현실에 맞지 않고 무리한 부분은 세부협상 과정에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과 언론의 충고였다. 잘못된 주장이 아니다. 미국 유럽연합 아시아국가의 학계나 언론에서도 우려를 제기했던 대목이다. IMF도 긍정적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책의 빛을 보이기는 커녕 언론의 충고를 국수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대책회의 자료에서 「언론은 국수주의 논조와 미국과 IMF를 자극하는 논조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 외환위기의 책임을 언론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대외신뢰도 하락에서 비롯됐고, 대외신뢰도 하락은 정부의 불투명성·불확실성에서 싹튼 것이다. 단기외채의 총규모를 파악조차 못한채 IMF와의 합의조건을 비밀에 붙여왔다. 종금사영업정지, 은행처리 문제 등 을 부인했다가 말을 뒤집었다. 환율변동폭제한 폐지도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했다. 신뢰회복은 내부에서부터 다져져야 하는 법이다. 책임 떠넘기기로는 신뢰가 쌓일 수 없다. 안에서 못믿는 정부를 밖에서 믿을리 없다. 국민 협력도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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