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많은 보험회사들이 지급여력(RBC)비율을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150%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계약자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보험회사의 경영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점이 있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서 보험료를 받아 장래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ㆍ환급금ㆍ계약자배당금 등을 지급하기 위한 책임준비금을 적립한다. 이때 책임준비금은 장래에 지급할 금액에 대한 준비금이므로 보험회사는 사건발생 확률, 자산운용수익률 등에 대해 일정한 가정을 갖고 책임준비금을 적립하게 된다. 따라서 당초 예상보다 보험사고가 많이 발생하거나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지는 경우 보험회사는 준비금만으로는 보험금 등을 충당할 수 없게 돼 준비금과 별도로 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야 보험계약자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손실대비 자본 확충 경영엔 부담
이 같은 준비금과 별도로 보유한 자본이 바로 지급여력금액이다. 요컨대 지급여력금액이란 보험회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의 발생에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충격흡수장치 또는 잉여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하는 것은 계약자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보험회사에 일정한 신뢰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손실의 최댓값으로 요구자본보다 많은 자본을 보유토록 하는 지급여력제도를 운영하고 보험회사에 요구자본 대비 자본의 비율(RBC 비율)을 최소한 100% 이상으로 유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융감독원이 신뢰수준을 99%로 높여 RBC 제도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함과 동시에 지급여력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것은 보험회사의 경영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
물론 금융감독원이 150%를 권고하는 것은 계약자보호를 위해 보다 강한 기준을 만족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취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급여력 150% 유지 권고가 신뢰수준을 95%에서 99%이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신뢰수준을 99%로 강화하면서 RBC비율 150% 유지를 권고하게 된다면 사실상 99.9% 이상의 신뢰수준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의적 권고보다 기업자율 정착필요
따라서 RBC제도 강화는 권고수준의 조정과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에 반해 아직 향후 RBC제도 강화와 권고수준 조정이 어떤 일정을 가지고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보험회사의 경영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임의적인 권고와 규정의 혼재 자체가 규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RBC비율에 대해 권고수준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RBC비율을 권고하기보다는 지급여력제도의 틀 안에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는 것이 보험회사의 예측 가능한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자본규제는 보험회사가 자신이 처한 위험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처하도록 하며 적극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도록 유인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지급여력을 높이기보다는 회사별 위험의 특성이 잘 반영된 제도를 정착시켜 민감도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