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시 대세상승국면 진입

「지난 94년말 이후 만 4년가량의 장기 침체국면에 허덕이던 주식시장이 대세상승 국면으로 진입하나」사상 최악의 외환위기를 맞았던 지난해 말을 고비로 한국을 투자기피 대상으로 지목해 오던 외국인 투자가들이 10월 이후 「한국주식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주식매도로 일관해 오던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주식매수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발길을 돌렸던 일반 투자자들도 속속 증시로 복귀하고 있어 대세상승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인데다 하루주식거래량이 사상최대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등 활기를 띠자 대세 상승국면 진입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특히 ▲신용위기에 짓눌려있던 기업들이 주식 및 채권시장을 통한 국내외 자금 유입으로 점차 생산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과 ▲엔고효과로 인한 수출 경쟁력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선행지표인 주식시장의 대세가 상승국면으로 진입할 충분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아직은 수출이나 내수경기의 회복과 같은 「실물 경기의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세계경기가 불안정한 상태여서 대세 상승을 섣불리 단정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주식시장 대세상승국면 진입하나= 지난 10월초부터 미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가치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제 투자자금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이머징마켓(개발도상국 주식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불과 2~3개월전만해도 1달러당 150엔대를 넘나들던 일본 엔화가치가 10월들어 1달러당 110엔대로 올라서자 한국은 물론 홍콩, 대만, 태국등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봇물처럼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10월7일 이후 지난 5일까지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에 8,844억원(미 달러화 환산때 6억8,000만달러)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으며 대만에도 139억3,737만 대만달러(" 4억3,554만달러), 태국에 21억6,600만 바트(" 5,855만달러)의 주식순매수를 각각 기록하는등 불과 한달 남짓의 기간동안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11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ABN암로증권 서울지점의 송동근 이사는 『일본엔화 가치가 강세를 나타낸 시점과 외국인투자가들이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유입시키기 시작한 시점은 정확히 일치한다』며 『1달러당 일본엔화가치가 110엔대를 유지하는 한 외국계 자금의 아시아 이머징마켓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중 실세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한자릿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식시장 대세 상승 진입의 청신호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연리 13%대를 넘나들던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정부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은 물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한다는 의지를 밝힌 10월들어 급속히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9.5%대에서 안정되는 양상이다. 실세금리 하락은 그동안 고금리 금융상품을 찾아 떠돌던 시중 부동자금이 더 이상 안정적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하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며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투자리스크에 비해 가격메리트가 돋보이는 시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시중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정도를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지난 10월2일 1조6,033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11월5일 현재 2조6,399억원을 기록해 불과 한달여만에 1조원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보유주식을 무조건 팔기만 해던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투신권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과 잠재적인 매물인 신용융자잔액이 불과 2,5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증시 흐름을 낙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세 상승 진입에 걸림돌은 없나=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실물 경기의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모건스탠리증권, 메릴린치증권등 국제적인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최근 잇달아 국내 주식시장을 「매수 대상」으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도 한국의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여전히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마커스 로스겐(MARKUS ROSGEN·32)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부사장은 『최근의 엔화가치 강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등 선진국의 경기가 이상 징후(침체 또는 불황 양상)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규모가 위축되는 불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다』며 『내년 2.4분기중에 국내 총생산(GDP)이 성장세로 돌아서겠지만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라서려면 2001~2002년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우증권 정동배 투자정보부장 역시 『현재의 국내 경기 여건을 살펴보면 기업들의 생존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 일부 외국인투자가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국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재벌들의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투자자금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지 국가 체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세 상승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 배경은 외국인투자가들의 강력한 매수세가 받쳐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엔화 약세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여건이 바뀌면 급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국내 거시경제의 각종 지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의 자금난도 크게 완화되고 있다』면서 『증시활황으로 경기회복이 앞당겨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경우 주가와 경기가 함께 상승세를 타는 대세상승의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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