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기계적인 형평성 맞추기 차원에서 최하위 기업 실명공개가 되풀이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동반위는 줄 세워 망신주기 위함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해당 기업도 그렇게 생각할까.
이번 평가 대상은 동반성장협약 체결기업들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자율 참여기업이 이미지 훼손 같은 불이익을 받는다면 지수공개가 상생문화 확산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개선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최하위 평가를 받은 7곳 가운데 6개 기업의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이들은 공정거래법상 1,768개에 이르는 대기업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다. 되레 1년 전에 비해 등급이 내려간 기업도 있다.
비단 실명공개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 본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점수화해 비교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논란도 적지 않다. 더구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반영하기란 기술적으로 지난한 과제다. 개선평가를 받은 기업 중에는 동반성장은 고사하고 독자생존의 기로에 선 경우도 있다.
대기업의 횡포와 일탈은 제도적으로 규제하되 상생과 동반성장은 기업 자율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불공정거래와 하도급 횡포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지나칠 정도로 대폭 강화될 상황이다. 동반성장이 자율협약정신에 입각한다면 채찍보다는 당근이 정책 취지에 맞다. 동반위는 내년에도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