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입김 차단 자율성 보장/금융개혁 어떻게 진행될까

◎철저한 시장원리… 전국시대 예고/군살빼기­덩치 키우기가 “생존요건”외국의 금융개혁사례는 금융개혁위원회의 과제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흔히들 말하는 금융기관 빅뱅의 시조인 영국의 금융개혁은 지금부터 꼭 10년전인 86년에 단행됐다. 증권브로커와 딜러의 통합, 수수료의 자율화 등 증권업무의 대폭적인 자율화를 핵심골자로 한 빅뱅을 통해 영국은 프랑크푸르트에 빼았겼던 유럽자본시장의 중심이란 영예를 되찾았다. 자율화에 따른 치열한 경쟁으로 당시 빅뱅에 참여했던 증권사 10개중 9개가 합병이나 도산 등을 통해 자취를 감추고 있고 살아남은 자들도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국정부는 동요하지 않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경제논리로 개혁에 따른 장기간의 엄청난 혼란과 동요를 극복했다. 「금융기관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를, 국민적인 동요등을 핑계로 한 정치논리의 개입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느냐가 금융개혁위원회의 과제다. 정부의 보호막이 사라지면 도태될 금융기관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특혜대출, 인사청탁, 상품개발에 대한 규제에 따른 「도토리키재기」식의 경쟁에 익숙해진 국내금융기관들은 개혁에 적응함과 동시에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개방으로 밀려오는 외국금융기관과 경쟁해야 한다는 2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사실상 사망 일보직전인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군살빼기와 덩치키우기를 동시에 진행하는게 불가피하다. 거대한 국제금융자본과 대항하기 위해서는 합병등을 통해 기본 덩치를 키움과 동시에 과당인력등 물살빼기를 통해 근육질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등의 은행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자본금및 자산규모가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다방보다 은행지점수가 많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골목마다 모여 똑같은 영업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주인없는 은행의 경영진들이 수익보다 인사적체해소를 위해 또는 외형만을 키우기 위한 경영방식을 답습하는 현상황이 지속돼서는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인수합병도 이제 피할수 없는 도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합병의 논리다. 금개위가 중장기과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금융기관의 대형화 문제의 요체도 그 명분과 논리가 확연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은행의 주인찾아주기가 그 대안으로 재계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의 경영투명성확보나 재벌 경제력집중의 억제문제가 퇴보된 상황에서 은행경영혁신이 자칫 재벌들의 영토확장을 위한 각축장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와함께 정부의 발상전환도 선행돼야한다. 금융기관이 경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특정기업에 대한 협조대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무시한 대출행태의 이면에는 금융기관인사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게 정설이다. 주인없는 금융기관의 인사권을 장악한 정치권이 경제논리와 관계없이 금융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행을 끊는 것이 금융개혁의 요체라는 주장이 많다. 정치권의 압력으로 수천억원대의 부실대출이 이뤄지고 이를 보전해주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계속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금융개혁은 요원하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금융개혁은 금융의 정상화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고 말했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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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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